'두 개의 전쟁' 동시 확전…복잡해지는 셈법

로이터 "이란, 가자지구 협상 결렬시 보복 감행"
하마스 불참 선언으로 협상 개시 전부터 '삐걱'
이스라엘은 국경 통제권 유지 등 요구 추가
우크라, 러 본토서 추가 진격…러 "격퇴 중"
반서방 진영 구축 러-이란 협력 여력 감소



중동과 유럽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중동에서는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를 급습하며 전세(戰勢)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전쟁이 긴박하게 전개되면서 전쟁 당사국은 물론 관련국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 시간) 이란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실패하거나 이스라엘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란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 동맹과 함께 직접 공격에 착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란과 최근 며칠간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인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이란은 휴전 회담에 대표를 파견하는 안도 검토했다”며 “다만 회담에 직접 참여하기보다 미국과 외교 라인을 유지하기 위한 막후 논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5일로 예정된 가자지구 휴전 회담은 시작 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하마스 측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침략을 완전히 끝내는 합의에 도달하는 데 관심이 없다”며 회담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역시 기존 휴전안에 새로운 요구 5가지를 추가하며 협상 진척을 어렵게 하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이스라엘이 가자·이집트 국경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는 조건이다. 이스라엘은 앞선 협상안에서는 국경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데 동의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자 미국 국무부는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F-15 전투기와 첨단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등 200억 달러(약 27조 2100억 원) 규모의 무기 판매 계획을 잠정 승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교전 역시 날로 격화하고 있다.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에 진격한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마을 74곳을 통제하고 있다”며 “(1000㎦에 더해) 하루 동안 러시아 영토 40㎦를 추가로 장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벨고로드주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공격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러시아군의 전면 철수 등 ‘평화 회복’에 동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막대한 병력 손실을 입고 격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등 접경 지역에 대한 병력을 보강하는 등 교전 장기화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두 개의 전선이 급변하면서 반(反)서방 진영을 구축해온 러시아와 이란의 밀착도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간 양국은 정보와 무기 등을 공유해왔지만 급박해진 자국 상황에 대처하느라 협력할 여력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러시아에 공격용 드론과 포탄 등을 지원해왔지만 탄도미사일 제공 요청은 수락하지 않고 있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전문가는 “이스라엘과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이란은 보유한 모든 미사일이 필요하게 된다”며 “마찬가지로 러시아도 자체 보유한 모든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사용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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