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수가 1357명으로 올 들어 처음 네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올여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다만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 우세종인 ‘KP.3’ 변이가 치명률이 낮아 위험성은 초기 유행 당시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고 보건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코로나19 환자 수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의료 체계와 치료제·백신 등 대응 자원을 충분히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조규홍 장관 주재로 교육부·행정안전부·국무조정실·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소방청 등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코로나19 유행 동향과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이날 회의에서 8월 2주 차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가 올해 들어 가장 많은 1357명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5주 전인 7월 1주 차의 91명에 비해 무려 14.9배나 급증한 수치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네 자릿수에 진입한 것은 물론 지난 겨울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당시 기록했던 2월 첫째 주의 875명도 넘어섰다.
경증 환자도 급증세다. 코로나19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수는 6월 2240명에서 7월 1만 1627명으로 한 달 동안 5.1배 늘었다.
어린이 코로나19 환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이달 셋째·넷째주 상당수 초등학교의 2학기 개학을 앞두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14일 전국 회원 병원 중 42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아동 환자를 집계한 결과 지난주(5~9일) 108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주 전인 지난달 22~26일 387명보다 약 2.79배 증가한 수치다.
권역별로는 충청권에서 코로나19 아동 환자가 54명에서 301명으로 457.4% 폭증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수도권에서는 213.7%, 호남권에서는 137.1%, 영남권에서는 80.3% 증가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이달 중 초등학교가 개학하는 만큼 방역 당국은 구체적인 주의 사항이나 행동 지침 등을 사전에 마련해야 과거 같은 혼란을 막을 수 있다”며 “코로나19 아동 환자는 대부분 무증상 혹은 경증 환자들이라 더 쉽게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응급실에 내원하는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분산할 대책을 마련하고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운영했던 공공병원 등을 중심으로 여유 병상을 조성하고 코로나19 환자 입원을 위한 협조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진료협력병원 명단도 응급의료정보시스템 등을 통해 공개한다. 향후 입원 환자가 급증할 경우 중환자 발생 상황에 따라 국립중앙의료원에 공동 대응 상황실을 설치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병상 확보·조정 역할을 맡긴다.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던 치료제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예비비를 확보해 이달 중 긴급 추가 구매·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추가 확보한 치료제 물량은 다음 주부터 순차 공급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등재도 신속히 추진한다.
조 장관은 “여름철에는 에어컨 사용으로 실내 환기가 부족하고 휴가 기간 사람 간 접촉이 증가하기 때문에 호흡기 감염병 유행 위험이 증가한다”며 “실내 환기,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감염병 예방 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 청장은 “2022~2023년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0.1% 수준이고 특히 50세 미만은 0.01% 미만인 만큼 이번 여름철 유행에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과 위기 단계가 하향되며 방역지침도 대부분 사라진 상황에서 이른바 ‘깜깜이 확진’에 따른 확산 우려도 제기된다. 확진 검사와 입원 치료에 대한 정부 지원은 대폭 줄었고 확진자에 대한 생활지원비와 코로나 유급휴가를 제공한 기업에 대한 지원도 중단됐다. 증상이 있어도 확진 여부를 검사하지 않을 뿐더러 확진자 역시 별다른 조치 없이 출근 등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