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의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는 정보다. 다양한 정보를 통해 전장 상황을 분석하고 이에 합당한 작전을 수립해 적을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집하는 정보는 ‘영상정보’와 ‘신호정보’로 나뉜다. 이 가운데서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낫다’는 속담처럼 감시정찰을 통해 수집한 영상정보는 지휘관으로 하여금 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를 보면 미국과 영국은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기 위한 연합작전 과정에서 멀리 떨어진 공간에서도 무인기와 곤충형 로봇에서 보내오는 영상을 통해 테러리스트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우리 해군의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도 본국 상황실에서 지구 반대편 작전현장을 모니터링하며 작전팀을 지휘하기도 했다.
당장 우리 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자 구축한 ‘킬 체인’(Kill Chain)도 마찬가지다. 한미 연합 전력이 30분 안에 목표물을 선제 타격하는 개념으로, 이를 위해선 킬 체인의 눈 역할을 담당하는 정찰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도 정확한 영상정보를 제공할 감시정찰 전력이 특히 중요하다.
지상표적에 대한 영상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으로 전자광학(EO) 센서와 적외선(IR) 센서, 합성개구면 레이더(SAR) 등이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사전에 감지하기 위해 우리 군이 운용하고 있는 영상정보에 특화된 대북 감시정찰 자산은 뭐가 있을까. 군이 운영하는 대북 영상정보 수집은 이번에 북한의 해킹 논란이 일었던 ‘금강’(RC-800) 정찰기와 RF-16 ‘새매’ 전술정찰기 등이 핵심으로 꼽힌다.
RC-800 정찰기는 최고 1만3000m까지 상승해 영상정보를 금강산 이북지역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해서 ‘금강 정찰기’로 불린다. 현재 금강 정찰기는 4대가 운용되고 있다. 주야간 및 악천후와 같은 기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영상정보탐지장비(SAR·합성개구레이더)를 탑재해 휴전선에서 80km 이북 지역의 영상은 물론 일부 음성정보 탐지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80㎞ 바깥에 위치한 30㎝크기 물체 식별 및 정보·감시·정찰(ISR·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영상정보를 수집하는 또 다른 전술기는 KF-16 2차 사업으로 생산된 기체에 정찰용 장비를 탑재한 RF-16 새매가 있다. 전투기 하부에 영상정보와 신호정보 수집용 전자포드를 장착했다. 수집한 영상·전자정보는 네트워크 체계를 통해 최단 시간 내 지상으로 전송한다.
영상정보 수집 장비로 이스라엘산 ‘콘도르-2’와 국내에서 개발한 전술정찰 ‘영상정보 수집체계’(Tac-EO/IR)가 탑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콘도르-2는 최대 100㎞ 떨어진 지상 표적에 대한 광학·적외선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다. 퇴역한 ‘RF-4C’ 정찰기가 항공기용 정찰카메라(LOROP) 장비를 장착해 담당했던 전략적인 정찰 임무를 담당한다. TAC-EO/IR은 획득한 영상정보를 디지털 데이터로 재구성하고 이를 암호화해 시간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장비다. 근접항공지원(CAS)과 지상목표물 타격(X-ATK) 등의 임무 시 전술 정찰과 폭격 후 정찰 등에 사용된다.
금강 정찰기는 공군 15전투비행단에, RF-16 새매 정찰기는 공군 19전투비행단에서 2020년 창설된 39정찰 비행단으로 예속이 변경돼 각각 배치돼 있다.
앞선 두 정찰기는 사람이 조종는 유인기라며, 영상정보를 수집하는 무인정찰기도 운영되고 있다. 우선 첩보위성 수준의 무인정찰기로 알려진 ‘글로벌호크’가 있다. 18㎞ 상공에서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통해 지표면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다. 우리 군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2대씩 글로벌호크를 도입했다.
군은 앞으로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MUAV)도 도입할 계획이다. 2027년부터 공군에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MUAV는 10∼12㎞ 상공에서 지상의 목표물을 정찰하는 무인기다. 탑재되는 레이더 탐지거리는 약 100㎞에 달한다. 적 전략 표적의 영상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전송해 신속한 작전지휘 판단에 기여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소형 무인정찰기도 있다. 현재 육군에서 군단급 무인기(송골매)와 사단급 무인기를 운용 중이다. 군단급 송골매는 길이 4.8m, 폭 6.4m로 최고속도는 시속 185㎞에 이른다. 한 번 뜨면 4.5㎞ 상공에서 6시간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작전 반경은 110㎞에 달한다. 이를 통해 북한군 병력과 시설, 장비 등 고정 및 이동표적에 대해 주야간, 실시간 영상정보를 수집한다.
사단 전술급 무인기는 대한항공이 개발한 KUS-9 기체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최저 시속 90㎞로 순항 비행하는 게 가능하다. 작전 반경은 60㎞에 달한다. 트레일러 차량에서 사출시켜 그물망으로 회수하고, 사단 작전구역 내 이상 징후나 포병 목표물 획득에 주로 사용된다. 고도 4㎞에서 8시간 운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