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 중 사모펀드(PEF) 출자 1위는 우리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만 해도 우리은행의 PEF 출자잔액은 2조 원대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 기준 7조 원까지 늘어났다. 다만 급격히 커진 외형에 비해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15일 서울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에서 입수한 ‘은행 PEF 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말 기준 PEF 출자잔액이 7조 8591억 원으로 주요 시중은행 5곳 중 가장 많았다. 반면 투자 수익(올 상반기)은 1260억 원으로 5곳 중 4위에 불과했다. 수익률(출자잔액 대비)로 보면 1.60%로 5곳 중 가장 낮았다. 의욕적으로 PEF 출자를 늘렸지만 성과는 미진했던 셈이다.
4년 전인 2020년 상반기(2조 2006억 원)만 해도 우리은행의 PEF 출자잔액은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적었다. 그러다 2021년 상반기(3조 2982억 원), 2022년 상반기(4조 9634억 원), 2023년 상반기(6조 2639억 원) 등 매해 출자잔액이 1조 원 이상 급격히 불어났다. 2022년 이후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5곳 중 PEF 출자잔액 1위 자리를 유지 중이다.
우리은행이 PEF 출자 규모를 매년 늘려온 건 타 은행 대비 비은행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타 금융지주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은행 뿐 아니라 증권·자산운용·카드·캐피탈·저축은행 등을 통해 PEF에 출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은행의 이익 기여도가 90%에 달하면서 PEF 출자도 은행이 도맡고 있다는 평가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의 PEF 출자액을 모두 합친 지주사 단위로 보면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PEF 출자잔액 규모 대비 수익성은 아쉽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의 반기 기준 수익률(투자잔액 대비)은 2022년 하반기(-0.55%), 2023년 상반기(1.55%), 2023년 하반기(1.04%), 올 상반기(1.60%) 등 손실을 보거나 1% 초중반에 머무르는데 그쳤다. 채권이나 예금 이자 보다 못한 수익률을 낸 것이다.
다만 이를 겉으로 보이는 수치만으로 따지기는 무리란 시각도 있다. 금융사의 PEF 출자가 인수금융 등 IB 영업으로도 연결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서울경제신문이 집계한 올 상반기 인수금융·리파이낸싱 리그테이블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0건(9325억 원)을 주선해 삼성증권, 하나은행, KB증권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우리은행 다음으로 PEF 출자잔액이 많은 곳은 국민은행이다. 올 상반기 기준 출자잔액은 6조 2176억 원이고, 이 기간 투자수익은 1676억 원이다. 수익률은 2.70%다. 신한은행(5조 7627억 원·1082억 원·1.88%), 하나은행(5조 7388억 원·1522억 원·2.65%), 농협은행(4조 5942억 원·1343억 원·2.9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주요 시중은행의 PEF 투자잔액은 매해 증가 추세다. 시중은행 5곳의 올 상반기 PEF 투자잔액은 30조 1725억 원이다. 4년 전인 2020년 상반기(15조 1747억 원)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PEF 총 약정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이 기간 17%에서 20%까지 3% 포인트 이상 늘었다. 은행 뿐 아니라 금융지주 계열사의 PEF 출자액까지 합칠 경우 이 비율은 3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사모펀드 규모가 136조 원까지 커지며 이들의 인수합병(M&A)에 따른 인수금융, 포트폴리오 기업의 리파이낸싱 수요 등 금융권과 접점이 더 커지고 있다”며 “금융사들도 IB 영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출자를 늘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