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콩팥병 세포치료 길 열리나

■남기택 연세대 의대 의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
신장 줄기세포 표지자 세포에서 가능성 확인

연세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부 남기택(왼쪽) 교수, 이유라 박사. 사진 제공=연세의료원

국내 연구진이 손상된 신장(콩팥)을 재생시키는 줄기세포 표지자 발굴에 성공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부 남기택 교수와 이유라 박사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신장 내재성 줄기세포의 재생 효과를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만성 신부전(콩팥병)은 신장 기능이 3개월 이상 감소하거나 손상되는 질환이다. 신장이 혈액에서 노폐물을 걸러내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인공적으로 제거해줘야 하는데 투석치료는 환자의 삶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린다. 신장이식은 대기기간이 5~7년 정도로 길고 이식을 받더라도 면역억제제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줄기세포를 활용한 세포치료제 개발과 적용에 관한 연구가 이어져 왔다.


신장에 존재하는 내재성 줄기세포 표지자를 이용해 특정 세포를 분리한 다음 신장세포로 분화를 유도해 손상된 신장에 이식하는 세포치료제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는데, 손상된 신장을 재생할 수 있는 조직 내 줄기세포 존재 유무가 불분명해 관련 연구는 답보 상태였다.


연구팀은 마우스 모델에서 신장 손상이 시작되는 부위인 근위세뇨관을 표적으로 연구한 결과 Lrig1 유전자를 신장 줄기세포 표지자로 제시했다. Lrig1 세포는 위나 피부, 소장 등 다양한 조직에서 장기간 생존하며 조직 재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형질전환 마우스 모델을 활용해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신장 발달과정 동안 Lrig1 세포를 추적한 끝에 Lrig1과 분화 세포들이 조직 재생에 관여함을 밝혔고 급성 신장 손상 마우스 모델을 구축해 검증을 마쳤다. 또 Lrig1 기반 세포치료제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Lrig1 유래 오가노이드를 마우스 급성 신장 손상 모델에 이식해 치료 능력을 평가했다.



Lrig1 세포는 발달 및 성체 신장에서 근위세뇨관과 집합관 생성과 재생에 기여하며, 신장 손상 시 근위세뇨관의 재생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Lrig1 유래 세포를 손상된 신장에 주입한 결과 신장이 재생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또 Lrig1 세포가 신장 손상 치료를 위한 새로운 세포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사진 제공==연세의료원


신장이 손상되면 혈액에서 노폐물을 적절히 제거하지 못해 혈액요소질소(BUN)와 크레아티닌 농도가 정상 대비 2~10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연구팀이 Lrig1 유래 오가노이드를 이식한 신장 손상 마우스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혈중 BUN 및 크레아티닌 농도는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신장 손상 지표인 KIM-1 단백질의 발현도 관찰되지 않았다.


남 교수는 “마우스 신장 내 Lrig1 세포의 특성은 사람 유래 Lrig1 세포에서도 유사하다”며 “향후 사람 유래 Lrig1 세포의 분리 배양을 통해 기존의 줄기세포 기반 세포치료제보다 안정적인 분화가 가능한 손상 신장 치료제로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신장내과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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