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CJ라이브시티가 무산된 데 이어 대형 복합문화공간인 원마운트마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지역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 정부가 창릉신도시 내 자족용지를 줄여 주택 수를 늘리기로 하고, 경제자유구역 신청 마저 지연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6일 고양시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달 CJ라이브시티와의 고양시 K컬처밸리 사업을 백지화했다. 이 사업은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 경기도 소유 부지 32만 6400㎡에 CJ그룹 계열사 CJ라이브시티가 총사업비 2조 원을 투자해 K팝 공연장과 스튜디오·테마파크·숙박시설·관광단지 등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경기도는 지난 8년간 공정률이 3% 대에 머무는 등 사업 추진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백지화를 결정했다.
경기도는 K컬처밸리를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하고, 경제자유구역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K컬처밸리를 경제자유구역에 포함시키려면 기존 개발 계획을 조정하고, 주민 의견 청취도 거쳐야 하는 만큼 일정은 하염없이 지연될 전망이다.
고양시가 자족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구상했던 창릉신도시 내 자족용지도 축소됐다. 국토교통부가 3기 신도시 중 서울과 가장 가까운 창릉에 주택 물량 확대 방안을 검토하면서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LH 관계자는 “수색 비행장으로 인한 고도제한으로 층고를 낮추다 보니 사업성을 맞추기 위해 주택 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창릉신도시와 연계한 스마트 통합하천으로 기대를 모은 창릉천 통합하천사업도 당초 총 3200억 원의 예산 중 국비 1148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으나 477억 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전체 18.4㎞인 창릉천 사업 구간의 3.3㎞만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900억 원은 경기도와 고양시가 오롯이 부담해야 한다. 예산 부족으로 당초 완공시기인 2032년 보다 늦어지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정여건은 더 심각하다. 고양시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33.7%로 인구만 많은 ‘무늬만 특례시’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평균(43.31%)에 못 미치고,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2022년 기준 2114만 원으로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26위다. 실제 대표적인 상권인 웨스턴돔·라페스타 곳곳의 상가가 비어가고, 대형 백화점의 매각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 랜드마크였던 원마운트는 코로나19 이후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달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고양시와 시의회는 시청사 이전을 두고 반목을 거듭하며 사사건건 대치하고 있다. 특히 CJ라이브시티 원안 재개를 요구하며 주민들이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사이 이동환 고양시장이 해외출장길에 오르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장 눈 앞에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한 데 고양시와 시의회간 협치도, 정치도 실종되면서 피해는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