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한국이 수출 경제로 발전했듯이 ‘이제는 소프트웨어(SW)로 해외에 나갈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합니다. 한동안은 K-팝이었다가, 영화였다가, 드라마였다가, 이제는 다음 세대인 웹툰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상현 구글 플랫폼 및 디바이스 정책 부문 글로벌 디렉터는 최근 싱가포르에 위치한 구글 아시아태평양(APAC)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글이 한국 웹툰의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디렉터는 지난 2013년 구글에 입사한 후 구글플레이, 안드로이드, 픽셀 등의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이 디렉터는 “지난해 9월 구글이 한국웹툰산업협회와 업무협약(MOU)을 맺을 때 ‘한국 웹툰의 글로벌 진출과 웹툰 산업의 활성화’ 이렇게 두 개를 큰 축으로 삼았다”며 “구글플레이만 하더라도 190여개 국가에서 사용 중인 만큼 우리의 서비스를 활용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최근 인도 출신 개발자가 설립한 글로벌 웹툰 플랫폼 ‘대시툰’과 한국웹툰산업협회간 글로벌 파트너십을 주관하는 등 K-웹툰의 영토확장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이 디렉터는 “한국, 인도 등 담당하고 있는 키 마켓(핵심 시장)을 두고 늘 고민을 해오다가 최근 인도와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향후 대시툰은 한국 웹툰을 자사 플랫폼에 탑재하는 한편 14억 명의 인구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 시장에 한국 웹툰 기업들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웹툰산업협회는 대시툰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 웹툰의 글로벌화를 적극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 디렉터는 웹툰을 비롯한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외국에서 보냈던 유년 시절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시대였지만 지금은 어디를 가도 한국 노래가 나오고 사람들이 한국 음식에 열광을 하는 시대가 됐다”며 “불과 몇 년 뒤에는 웹툰이 그렇게 자리잡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지난해 구글이 한국웹툰산업협회와 함께 처음으로 ‘웹툰 산업의 날’을 지정하는 등 현재 걸음마 단계인 웹툰 산업을 여러 곳에서 동시에 성장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구글은 웹툰 등 한국 콘텐츠 생태계의 확장을 위해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구글의 기술력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디렉터는 “최근 구글플레이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를 활용해 이용자가 관심 있는 애플리케이션(앱)과 관련한 키워드를 추천해주는 기능이 추가됐다”며 “매일 1250억 개의 안드로이드 앱을 스캔해 불법적인 기능을 단속하는 ‘구글플레이 프로텍트’ 프로그램 등 기술을 통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우리의 역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구글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창작자를 위해 수수료를 기존 대비 낮은 10~15%로 책정하는 등 한국 콘텐츠 생태계 확대를 위해 여러 방안을 도모하고 있다.
구글 관계자는 “한국을 비롯한 APAC 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모바일 소비 규모와 참여도를 보이는 이용자들을 갖고 있어 구글에게 매우 중요한 곳”이라며 “한국은 웹툰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구글이 한국 콘텐츠 수출에 기여하고 새로운 잠재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역시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K-웹툰의 글로벌화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재차 다졌다. 서 회장은 “구글처럼 세상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시툰과의 글로벌 파트너십 주관 등) 전 세계적으로 연결고리들을 갖고 있는 구글이 실행력 있게 한국 웹툰 산업 확장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뜻 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