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운 명품지갑 돌려주겠다”던 택배기사 연락 끊겨…법원은 무죄 선고 왜?

연합뉴스

지갑을 주운 뒤 지갑의 주인과 연락을 주고 받던 중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 고소를 당한 택배기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정현기 판사는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택배기사 A씨는 2022년 11월께 길에서 50만 원 상당의 명품 지갑을 주웠다. 며칠 뒤 A씨는 지갑 안의 명함에 기재된 번호로 지갑 주인인 B씨에게 연락해 만남이 가능한 날짜 두 개를 주며 지갑을 찾으러 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B씨는 해당 날짜는 어렵다며 A씨에게 지갑을 우편물이나 주변 편의점에 맡겨 달라고 답했고, A씨는 이에 대한 답장을 하지 않았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문자를 두 차례 더 보냈지만 A씨는 ‘평소 일이 바쁘고 스팸 문자가 많이 와 문자를 잘 확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B 씨는 두 차례 문자를 더 보냈으나 A씨가 중간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결국 B씨는 A씨를 고소했고,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은 A씨는 경찰에 지갑을 돌려줬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지갑을 횡령하려는 의도가 없었고 오히려 그가 지갑을 돌려줄 목적으로 지갑을 보관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휴대전화번호로 직접 먼저 피해자에게 연락하여 지갑을 돌려주겠다는 뜻을 보였고, 만날 일정을 조율하기까지 하였다”며 “선의로 지갑을 주운 피고인이 이 정도의 노력을 했다면, 여기에 더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또 B씨가 A씨에게 해당 지갑을 편의점에 맡겨 달라고 부탁한 것에 대해 “분실물을 찾아주려는 노력의 부족을 탓할 게 아니라, 분실물을 찾으려는 노력의 부족을 탓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택배기사의 직업 특성상 수신되는 문자 메시지의 양이 다른 직업군보다 더 많을 것이라 충분히 짐작된다며 문자를 일부러 답장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바빠서 확인하지 못했다는 A씨의 주장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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