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식량 민족주의가 거세지는 가운데 불확실한 국제 공급망에 대응해 우리나라도 식량안보 관련 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 식량안보 해법으로 꼽히는 ‘전략작물 생산 확대’와 관련해 벼농사 비중이 압도적인 국내 농가가 재배 작물을 성공적으로 전환하려면 재해보상의 입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농림축산식품부가 하계 전략작물직불금을 추가로 신청받은 가운데 지난달 16일부터 31일까지 접수된 농지 면적은 대략 1000㏊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신청 건수(약 14만 7000㏊)까지 더하면 총 14만 8000㏊다. 도입 첫해인 지난해(12만 5000㏊) 대비 최소 118% 증가한 셈이다. 해당 제도는 일반 벼 대신 논콩과 옥수수·밀 등으로 재배 작물을 바꿈으로써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농가 사이에서는 ‘재배 전환 후 막상 호우 피해 등을 입으면 충분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아쉬움도 있다. 논콩 재배지에서 대규모 침수 피해가 발생한 지난해에 정부는 한시적으로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 기간을 연장했고 보조율도 대폭 높였다. 하지만 올해는 적용되지 않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8월까지 상향된 피해 보조금을 제도화하기 위해 지난달 유관 부서와 협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략작물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농가 소득 보호 등을 위한 ‘입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취약한 식량 자급률을 고려했을 때 포괄적인 ‘식량안보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중국은 지난달부터 식량 자급률 제고 및 해외 의존도 감소를 목표로 강력한 식량안보법을 시행하고 나섰다. 일본 역시 25년 만에 농업기본법을 개정하고 기본 이념에 ‘식량 안전보장’을 새롭게 추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국회에서 한 차례 식량안보특별법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2022년 세계식량안보지수(GFSI) 조사에서 한국은 전체 113개국 중 39위를 기록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각각 6위와 25위를 기록한 일본과 중국마저 식량문제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기 시작한 만큼 향후 격차가 더 벌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김창길 농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촌분과위원장(서울대 교수)은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 목표를 5년 단위로 수립하고 있지만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거나 구속력 있는 법이 없다”며 “기후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적 여건 변화를 반영해 한국도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