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합병증을 앓는 폐결핵 환자는 치료 효과가 좋지 않고 사망 위험이 최대 5배 가까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민진수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와 김경훈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내 결핵 코호트 데이터와 폐결핵 다기관 전향적 결핵 연구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환자 중 당뇨병과 합병증을 가진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한국은 여전히 ‘결핵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996년부터 2021년까지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1위였다. 결핵은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라는 인식과 달리 2023년 기준으로도 OECD 회원국 중 발생률 2위, 사망률 4위를 차지했다. 이와는 별개로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등으로 비만 인구가 늘면서 2형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당뇨병을 동반한 결핵 환자는 치료 실패의 위험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당뇨병 상태가 결핵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료는 부족했다.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연구가 이뤄진 적도 없었다.
연구팀은 당뇨병과 혈당조절 상태가 국내 결핵 환자의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전체 대상자를 당뇨병 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 치료를 받았으나 조절되지 않은 그룹, 당뇨병 전 단계 등으로 나눠 결핵 치료 결과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당뇨병을 앓는 환자는 당뇨병이 없는 폐결핵 환자와 비교해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1.6배나 높았다. 당뇨 합병증이 있는 환자는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1.8배까지 증가했다. 또 당뇨 합병증을 동반한 폐결핵 환자의 사망 위험은 2.5배, 당뇨병을 앓고 있지만 치료를 받지 않은 폐결핵 환자의 사망 위험은 4.7배 높게 나타났다. 당뇨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폐결핵 치료 중 사망하거나 치료 중단 또는 실패 등을 겪을 위험이 더 높다는 의미다.
결핵은 폐를 비롯한 장기가 결핵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결핵균은 주로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데 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결핵균이 포함된 전염성 입자가 공기 중으로 배출돼 떠돌다가 다른 사람의 호흡과 함께 폐에 들어가 증식함으로써 감염이 이뤄진다. 결핵의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이다.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 호흡기질환과 유사해 증상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보니 진단이 늦어진다.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발병률이 높다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감기가 아닐 수 있으므로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권한다.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폐결핵 의심’으로 판정되면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무료 진료 및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국내 환자의 자료를 토대로 결핵 진단 당시 뿐 아니라 치료 중에도 당뇨병을 인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낸 첫 대규모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민 교수는 “결핵을 퇴치하고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핵 진단 시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상태를 파악하는 한편 적극적인 당뇨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아시아태평양호흡기학회의 공식학술지인 ‘Respirology’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