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 부수입, 고객은 전문서비스 '윈윈'…VC도 잇따라 러브콜

■'재능 플랫폼' 1조 시대…숨고·크몽, 매년 50% 급성장
팬데믹 후 프리랜서·부업 급증
고객도 기존 포털 검색 벗어나
편의·전문성 높은 플랫폼 이동
아크앤, 숨고에 1000억 뭉칫돈
크몽에도 VC 몰려 성장 뒷받침



# 올여름 에어컨 청소를 고민하던 A 씨는 전문가를 찾기 위해 포털 검색을 하다 포기했다. 대안으로 재능 플랫폼에 에어컨 청소를 검색하자 후기를 간편하게 찾아볼 수 있었고 간단한 채팅을 통해 가격 정보도 쉽게 알 수 있었다.


# 이사에 맞춰 인테리어 공사가 필요했던 B 씨는 업체 선정에 골머리를 앓았다. 지인의 추천으로 재능 거래 플랫폼을 알게 된 그는 ‘가성비’가 뛰어난 업체를 빠르게 찾았다. 중간중간 플랫폼 담당자가 공사 진행 상황도 체크해줘 무사히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전문가 서비스 이용에 대한 편의성을 대폭 높인 재능 거래 플랫폼들이 늘어나는 고객 수요에 맞춰 빠르게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다. 특히 국내 재능 거래 플랫폼 시장은 ‘퍼스트 무버’인 ‘숨고’와 ‘크몽’ 2강 체제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재능 거래 플랫폼을 선보인 크몽은 2012년 6월 설립됐으며 이에 앞서 2011년 5월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숨고는 2014년 12월 청소 전문 서비스 플랫폼으로 시작해 영역을 계속해서 확대하면서 크몽을 제치고 최대 재능 플랫폼에 올라섰다.


숨고와 크몽이 최근 몇 년간 거래액과 실적을 대폭 키울 수 있었던 것은 긱워커(초단기 근로자)들이 빠르게 증가한 점을 들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매출 감소와 소비 침체 등으로 경영 위기를 겪은 기업에서 퇴직한 개발자나 디자이너 등이 긱워커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다. 또 실제 직장을 다니면서 부업에 나서는 전문가들도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부업 인구 수는 57만 5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 47만 3000명과 비교하면 약 18% 늘었다.


실제로 숨고는 약 1000여 개 이상 카테고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크몽도 700여 개가 넘을 정도로 서비스 분야가 다양하다. 서비스가 늘면서 숨고 가입자는 2021년 500만 명에서 지난해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크몽은 2021년 말 기준 서비스 등록 건수가 30만 건에서 2년 만인 지난해 말 50만 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또 광고 위주의 기존 포털 검색에서 불편함을 느낀 고객들이 대거 재능 거래 플랫폼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털 검색의 경우 전문가들 단가와 서비스 후기 등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가 불편한 반면 재능 거래 플랫폼에서는 단가와 후기 등을 빠르게 검색하고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숨고와 크몽의 성장 배경에는 관련 시장에서 대표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각인된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플랫폼 모두 지난해 마케팅 비용을 줄였음에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숨고와 크몽은 광고선전비를 전년 대비 각각 23%, 16% 줄였다. 올해는 마케팅비 축소를 통한 수익성 개선 효과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숨고와 크몽 외에도 탈잉·사람인·당근마켓·피움마켓 등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특히 가입자 수 3900만 명에 달하는 당근마켓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가 주된 서비스이지만 2020년부터 지역 기반 플랫폼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주변 이사나 청소, 인테리어 시공 전문가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러한 빠른 성장세 덕분에 업계 양강인 숨고와 크몽은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아크앤파트너스는 숨고 경영권을 인수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아크앤파트너스는 약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며 이번 거래에서 숨고의 기업가치는 약 2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또 IMM인베스트먼트 등 기존 숨고 투자자들도 100억 원 이상의 추가 자금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크몽은 2012년 설립 이후 약 4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의 면면도 화려하다. 알토스벤처스·프리미어파트너스·한국산업은행·미래에셋벤처투자 등 국내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털(VC)들이 주요 주주로 포진해 있다.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능 거래 플랫폼들은 소상공인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포털 키워드 광고와 기타 온라인 광고에 의존하면서 겪었던 어려움들을 해소해 주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미국의 ‘섬택’과 ‘태스크래빗’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니콘으로 성장한 만큼 숨고와 크몽도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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