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금과 애플 주식만큼이나 다릅니다. 기술 레벨로 보면 한쪽은 앱이고 다른 쪽은 앱 마켓에 해당될 정도로 가치의 이유가 다르죠.”
‘이더리움 억만장자들’의 저자 로라 신 전 포브스 편집장은 16일 서울 명동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더리움은 모든 앱을 수용하는 앱 마켓처럼 유연성이 높고 개방적”이라며 “비트코인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다른 의미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저자는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립자와 그의 주변을 초창기부터 지켜보면서 이더리움의 부상을 취재해왔다. 그가 2022년 출판한 ‘이더리움 억만장자들’은 기존 산업 측면에서만 다뤄졌던 이더리움의 탄생 비화와 이더리움의 주역을 전면으로 내세워 생생한 사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본 부테린은 무자비하고 때로는 목표를 위해 타인의 취약점까지 이용하기도 하는 테크 분야의 다른 창업자의 리더십과는 달랐다. 거절하기를 힘들어하고 평화를 지향해 초창기에는 핵심적인 코드를 설계하는 인력도, 사무실 공간을 위한 칸막이를 설치하는 인력도 같은 갯수의 이더리움을 지급받을 정도였다. 그는 이런 성격 탓에 자신에게 유리하게 잇속을 챙기려는 밍 챈 전 이더리움 재단 상무이사의 조종을 받기도 했다. 신 작가는 “책의 이야기가 2018년 1월에 끝이 나는데 부테린이 드디어 자신의 커뮤니티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시점과 맞물린다”며 “열일곱 살의 소년이 성장하면서 인생에 어떤 사람을 포함시키고 제외시킬지 용기를 갖고 결정을 하는 ‘성장 서사’도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끊임 없는 기술 업그레이드를 통해 ‘자가 발전’을 계속한 것이 이더리움의 성공 원인이라는 게 신 작가의 주장이다. 그는 “이더리움 클래식은 가치가 떨어졌지만 이더리움은 다른 길을 걸었다”며 “이더리움은 다오(DAO) 해킹 사건 이후의 대처로 오늘날의 이더리움의 위치에 설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부테린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스타트업의 성공을 통해 소수가 부를 쌓는 기존 실리콘밸리 방식과 다르게 가상자산 업계의 경우 커뮤니티의 구성원 모두가 부를 창출할 수 있다”며 “커뮤니티의 적절한 바운더리를 잘 설정하면 리더로서도 충분히 성장해나갈 잠재력이 높다”고 강조했다. 부테린은 다양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면서 가상자산 업계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기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불고 있는 밈 코인 광풍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다. 그는 기부와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등 긍정적 방향으로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가상자산 웹사이트인 언체인드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동명의 팟캐스트 채널 진행자로 가상자산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신 작가는 최근 들어 새로운 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의 이야기다. 한때 이타적 목적을 위해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성의 일환으로 ‘효율적 이타주의’를 내세우며 가상자산 업계의 록스타로 떠올랐지만 처참하게 몰락한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는 부테린 창업자와는 전적으로 다르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는 “뱅크먼프리드는 겉으로는 그럴싸한 모든 철학과 이미지를 동원했지만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부테린의 경우 연구자의 면모를 갖고 크립토 세계가 올바르게 갈 수 있는 철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