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집값 6년 만에 최대 상승…공급 확대 위해 걸림돌 제거해야

정부가 ‘8·8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8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값은 5년 11개월 만에 최대 폭인 0.32%나 뛰었다. 7월 후반 이후 둔화하던 가격 상승 속도가 다시 가팔라진 것이다. 서울과 전국의 주택 매매 시장 소비심리지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부동산 급등기인 2021년 수준으로 상승했다.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장기적으로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자칫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이전 정부 때와 같은 집값 통제 불능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급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주택 공급을 늘리려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은 대체로 맞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 발표가 실질적인 공급 확대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8·8 대책’의 핵심은 서울 그린벨트 해제와 함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을 지원해 도심 주택을 늘린다는 것이다. 인허가 절차 완화 등 정비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한 특례법(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도 예고했다. 필요한 정책이지만 재건축 부진의 근본 원인인 공사비 급등과 수익성 악화를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게다가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폐지 등 주택 공급 확대의 동력이 될 정부 정책들 대다수는 거대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실현되기 어려운 대책에 시장이 반응할 리 없다.


문제 해법의 핵심을 놓친 탁상행정과 말뿐인 정책으로는 치솟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 정부는 시장 논리와 현실 여건에 맞도록 부동산 정책을 정교하게 보완하고 국회는 이를 입법으로 뒷받침해 실질적 공급 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또 중장기 공급 대책 발표만으로는 이미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식히기 어렵다. 지금 서울의 부동산 열기를 이끄는 것은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부추기는 3040세대 중심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수요다. 집값 안정의 강력한 메시지와 실효성 있는 공급 확대 정책, 일관된 대출 규제 등을 병행해야 부동산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고 투기 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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