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업 기간 늘린 실업급여 확대, 모럴해저드 막기 위해 수술하라

실업급여 혜택을 확대하자 재취업 의지가 떨어지면서 외려 실업 기간이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재정학회가 16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연구용역 의뢰로 작성한 ‘실업급여 제도의 고용 성과에 관한 효과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실업급여 제도 개편 이후 실업 기간과 실업급여 수급 기간이 각각 32.64일, 26.99일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업급여 지급이 끝난 뒤 재취업에 걸리는 기간도 2.05일 늘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0월 실업급여 지급액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올리고 지급 기간은 90~240일에서 120~270일로 늘렸다.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선의의 정책이 근로자의 노동시장 복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실업급여의 하한액은 올해 월 189만 원으로 세금 등을 제외한 실수령액 기준으로 최저임금보다 많다. 이런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뿐이다. OECD가 “한국은 최저임금 일자리로 재취업할 경우 오히려 세후소득이 줄어 근로 의욕을 저해한다”고 우려했을 정도다. 지난해 실업급여를 세 차례 이상 받은 수급자는 11만 명으로 2019년에 비해 28% 늘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급증하자 정부는 고용보험료율을 2019년 10월 이전 1.3%에서 두 차례에 걸쳐 1.8%로 인상했다. 이러고도 모자라 고용보험기금이 2020년부터 3년간 정부로부터 빌린 누적 차입금만 10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실업급여 부정 수급자를 막기 위해 5년간 6회 이상 받으면 최대 50%까지 감액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전 정부도 추진하려다 노동계 등의 반대에 밀려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던 법안이다. 여야는 모럴해저드를 방지하면서도 청년·취약계층 등 노동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실업급여 개편안을 마련해 22대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보험 가입자 간 형평성을 제고하고 고용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실업급여 하한선을 낮추고 최소 근무 기간을 늘리는 등 제도 전반을 수술해야 한다. 재취업 프로그램 등 생산적인 일자리 대책은 더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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