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재유행하는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들이 범 코로나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백신의 경우 바이러스가 변이하면 효과가 떨어지거나 새로 맞아야 하는 반면 ‘범용 백신’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장 빠른 연구개발(R&D)도 임상 1상 단계에 머물고 있어 실제 출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범 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네이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월터리드 미육군 연구소(WRAIR), 미국 국립보건원(NIH), 그릿스톤 바이오, 디오신백스 등 6개 연구기관 및 업체가 범 코로나 백신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특성상 변이가 자주 일어나고 우세종이 바뀐다. 지난 겨울 JN.1 변이가 우세종을 차지했다면 올해 여름에는 또 다른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KP.2와 KP.3가 우세종이 된 상태다. 이 때문에 매년 독감 백신을 새로 맞는 것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도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때마다 기존 백신의 효과가 떨어져 우세종에 맞춘 새로운 백신이 필요하다.
백신 개발자들은 범 코로나 백신 개발 목표를 ‘사베코바이러스’에 맞추고 있다. 사베코바이러스에는 코로나뿐 아니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이 포함돼 있다. 관건은 개발 속도다. 변이 바이러스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단백질(항원)을 찾아 백신 물질로 만드는 것으로 다양한 타깃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가장 빠른 연구도 임상 1상에 머물고 있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범용 백신을 개발 중이다. 네이처는 전임상 단계에 있는 주요 업체로 SK바이오사이언스 등 15곳을 꼽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사베코바이러스를 타깃한 백신을 개발 중이다. 미국 워싱턴대,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캠퍼스 등과 함께 개발 중인데 내년 상반기 1상 진입이 목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에서 초기 연구개발비 5000만 달러(약 600억원)를 지원 받았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범 코로나 백신은 장기적으로 개척해야 하는 영역” 이라며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변이가 느린 인플루엔자 범용 백신이 더 오랜 연구기간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용화된 제품이 없는 만큼 코로나 범용 백신도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각국 보건당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 중 우세종을 미리 예상해 개발사들에게 이에 맞춘 백신 개발을 권장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6월 2024년~2025년 코로나 백신에 대한 균주 권장사항을 KP.2로 변경했다. 반면 유럽의약품기구(EMA)는 JN.1 변이를 유지키로 했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FDA 지침에 따라 KP.2 변이에 맞춘 백신을 생산할 예정이다. 노바백스는 JN.1 백신 제조가 이미 진행 중인 만큼 올해 가을까지 KP.2 전용 백신을 출시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바백스는 해당 백신이 KP.2와 KP.3을 포함한 여러 변이에 중화항체가 생성된다고 밝혔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 감염을 중화시켜 예방 효과를 유도하는 항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