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서북도서 최북단 백령도에서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스파이크’ 미사일 등 290여발을 공해로 발사하는 포사격이 실시됐다. 백령도를 지키는 최신 무기들이 일제히 화염을 내뿜으며 위용을 과시한 것이다. ‘9·19 남북군사합의’로 중단됐던 서북도서 정례 해상사격훈련이 6년 10개월 만에 정례 훈련이 재개된 것이다. 2018년 9월 체결한 9·19 군사합의 11개월 전인 2017년 8월이 마지막이었다.
이번 해상사격훈련은 서북도서방위사령부(이하 서방사) 예하 해병대 제6여단 주도로 이뤄졌다. 이웃하고 있는 연평도에서도 해병대 연평부대가 동시에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서방사는 해병대사령관이 사령관이 지휘하며, 해병대 6여단과 연평부대는 각각 백령도와 연평도에 주둔해 도서 방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백령도=해병대’라는 공식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6월 4일 국무회의를 통해 9·19 군사합의 모든 조항의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이에 군 당국은 같은날 9·19 군사합의에 따라 설정된 육상 및 해상 완충구역 내 연대급 이상 부대, 함정의 기동훈련과 포사격 훈련을 재개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에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이 9·19 군사합의가 금지한 남북 접경지역 내 군사훈련 가운데 가장 먼저 재개된 것이다. 특히 백령도가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군사적 전략 요충지라는 상징성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군사 요충지인 백령도에는 빨간 명찰을 달고 팔각모를 쓰는 해병대만 주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2011년부터 육군 항공대가 백령도에 합류했다. 육군 항공사령부 예하 1전투항공여단에 배속된 제111항공대(AH-1S)다. 처음 배치 기종은 미국의 군사용 다목적 경헬리콥터인 ‘500MD’였다. 하지만 서북도서의 중요성을 고려해 공격헬기인 ‘코브라헬기’로 모두 교체됐다.
AH-1 코브라는 세계 최초로 실용화된 공격헬기다. 지역 제압용 공격헬기로 개발했지만이후 대전차 공격임무까지 수행하도록 성능을 개량했다. 지역 제압용 ‘AH-1G’에서 토우 미사일의 운용능력을 추가하고, 대전차 공격형으로 발전한 것이 현재 육군이 보유한 ‘AH-1S형’ 코브라다. M65 망원조준장치에 적외선 영상장치를 추가로 탑재해 야간 작전능력이 크게 개선됐다. 야간 작전능력을 갖춘 AH-1S형 코브라를 ‘C-NITE’(코브라 장착 야간열상장비)라고 부른다.
백령도에 주둔하는 육군 항공대는 북한의 공기부양정(지상이나 수상을 약간 떠서 이동해 상륙할 수 있는 선박), AN-2 침투기(저고도 침투형 항공기), 무인기 등의 기습 공격에 대비한 공중 전력이다.
마주하고 있는 북한 황해도 장산반도의 고암포 일대에서 공기부양정을 출발하면 15분 내에 도착한다. 또 북한의 저속기나 무인기로 공격할 때는 이보다 더 빨라져 이런 사태에 즉각적인 반격에 나서는 것이 육군 항공대 역할이다.
이를 위해 코브라 공격헬기를 배치하고 있다. 백령도 방어를 위해 코브라헬기는 10분 내 출동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평소에 코브라헬기는 24시간 30회 가량 작전 수행이 가능하도록 탄약과 유류를 항상 가득 채우고 전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백령도에는 해군 2함대사령부 소속 백령도 전진기지와 유도탄기지가 있다. 전진기지는 평택에 있는 2함대에서 북방한계선(NLL)에 출항한 고속정이 임시로 머무는 기지 성격이다. 1개 중대급 인원(약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계류(부두) 시설과 지원 시설을 갖추고 있다. 육상에는 장병들이 생활할 수 있는 통합생활관과 물양장, 체육·조경시설, 연병장 등이 있다.
북한의 고속정을 견제하기 위한 연안 경계작전을 주임무로 한다. 북한도 백령도 맞은 편 고암포에 공기부양정 60∼70척을 수용할 수 있는 해군기지를 2012년에 완공한 바 있다.
해군 고속정은 24시간 이상 연속해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다. 전진기지에 잠시 입항해 연료와 식량을 채워 다시 출항해야 한다. 전진기지는 해군의 최북단 기지인 셈이다.
2010년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서해 5도 해상의 군사력 강화와 어민 보호를 위해 건설됐다. 170t급 참수리 고속정(PKM)과 570t급 유도탄 고속함이 정박할 수 있다.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있는 해군 유도탄기지가 있다. 지대함미사일(연안으로 근접하는 적 함정을 지상에서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운용하며 공격해 오는 북한 함정을 지상에서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모델명은 ‘RGM-84’로, 최근에 최신형 지대함미사일로 다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 발사형으로 발사대와 트레일러 통제밴, 장전트럭으로 구성돼 있다. 1개의 통제밴은 2대의 발사대를 통제하며, 각 발사대에는 4개의 원형 관(캐니스터) 안에 유도탄이 장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도 백령도에 주둔하며 영공 감시 및 수호 임무를 맡고 있다.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서해 공역을 지키기 위해 마련된 공군방공관제사령부 예하 부대인 제309 방공관제대대가 있다. 같은 백령도에 있지만 방공관제대대 보다 조금 더 북쪽에 위치한 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 예하 미사일 방어포대도 함께 주둔하고 있다.
방어포대는 2016년부터 대공무기를 배치해 중·저고도로 침투하는 북한의 항공기를 요격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대공무기는 발사대, 레이다, 교전통제소로 구성돼 차량에 탑재해서 운용한다. 물론 대공무기는 모두 벙커에 배치됐다. 북한의 선제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방공관제대대와 협력하는 미사일 방어포대는 365일 24시간 가동하는 레이다를 통해 수많은 표적을 탐지해 동시 교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레이다의 탐지거리가 50km 이상으로 마주하고 있는 북한 황해남도 태탄 공군기지까지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기반으로 북한의 기습공격에 대비한 대공무기 발사대는 24시간 하늘을 향해 세워져 언제든 즉각 대응이 가능한 상태다.
백령도가 군사적 전략 요충지인 이유는 지리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서해 최북단에 있는 백령도에서 평양까지 직선거리는 143㎞로, 인천(173㎞)까지의 거리보다도 짧다. 북한과 가깝게 마주하고 있어 유사 시에 군사적으로 핵심 거점이 된다.
지금의 백령도는 사실상 ‘군사요새’다. 1970년대부터 해병대 6여단은 전력을 증강하기 시작했는데,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대만 금문도(진먼섬)를 참고해 백령도를 난공불락의 기지로 만들 것을 지시한 것에서 비롯한다. 2010년대 천안함 피격사건·연평도 포격전 이후 전력이 더욱 증강됐다. 적 항공기·무인기 등 위협에 맞서 방공체계도 촘촘하게 구축됐다.
현재는 해병대사령부를 모체로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북 5개 도서의 방어를 전담하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창설됐다. 서방사 합동참모부의 인원은 육군 4명, 해군 9명, 공군 8명, 해병대 56명 등 모두 77명이다. 서방사령관은 해병대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다.
서방사 창설로 종전에 배치돼 있던 K9 자주포와 ‘구룡’ 다연장로켓 등에 비해 서북도서의 타격력과 방어 역량이 크게 향상됐다. 첨단 신무기가 배치된 덕분인데, 국산 다연장로켓 ‘천무’와 신형 차륜형 자주대공포 ‘천호’, 신형 대전차 미사일 ‘현궁’ 등을 꼽을 수 있다.
천무는 미사일처럼 정확한 유도로켓을 비롯한 다양한 구경의 다연장 로켓 발사가 가능하다. 최대 사거리 약 300㎞의 지대지미사일도 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239㎜ 유도로켓를 활용하면 GPS/INS(관성항법장치) 유도장치가 달려 있어 최대 80㎞ 떨어진 적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백령도에 큰 위협으로 꼽히는 북 황해도 고암포 공기부양정 기지 등에 대한 정밀 타격능력이 가능하다.
신형 차륜형 자주대공포 ‘천호’는 차륜형 장갑차에 30㎜ 대공포 2문을 탑재한 최신형 무기체계다. 차륜형 장갑차에 탑재돼 기동성이 뛰어난 것은 물론 신형 사격통제 장비, 전자광학 추적장비를 갖춰 드론 등에 효과적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신형 국산 대공미사일 ‘천궁’을 비롯해 ‘북 공기부양정 킬러’인 국산 ‘비궁’ 유도로켓, 국산 단거리 대공미사일 ‘천마’, 이스라엘 대전차 미사일 ‘스파이크’ 등도 대거 배치됐다. 눈에 띄는 것은 대공미사일 천궁이다. 천궁은 발사대 1기당 8발의 미사일을 탑재하고, 최대 40㎞ 떨어진 북 전투기를 격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