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준다고 좋아했는데…서울 산모 누린 혜택 70만원 뿐이었다

400억 바우처 중 실제 사용은 286억원
산후조리원 이용 못해 쓸 곳 마땅치 않아
서울시, 현금 지원하려다 정부에 퇴짜
사용처 통합에 산후조리 가격 부추길 우려
서울시, 분리 결제 업소 파악 못한 채 방치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임산부 1명당 100만 원씩 지급하는 바우처 중 30%는 사용되지 못하고 반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산부가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산후조리원 결제가 불가능하게 설계되면서 쓸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현금성 지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고 사용처를 제한한 결과 임산부는 불편을 겪고 산후조리 가격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도입한 서울형 산후조리경비 제도 신청자는 3만 9335명, 사용 금액은 286억 원으로 집계됐다. 서울형 산후조리경비는 서울 거주 산모에게 출생아 1인당 100만 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방문 산후도우미 등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에 50만 원 한도로 쓸 수 있는 바우처와 의약품·한약·건강식품 구매나 산후요가 및 필라테스, 체형 교정, 부기·탈모 관리 등에 50만 원 한도로 쓸 수 있는 바우처로 구분해 지급된다.


지난 1년간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신청 바우처는 393억 3500만 원어치였지만 실제 사용 금액은 73%인 286억 원에 그쳤다. 30%의 바우처 지원금은 산모들이 기한 내 쓰지 못해 돌려줬다. 서울시는 산모 1명당 100만 원씩 지급한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70만 원만 지원된 셈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서울형 산후조리경비를 산후조리원에서 사용할 수 없어서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사회보장협의 제도를 거치기도 전에 산후조리원 등에 쓸 수 있도록 현금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정부 반대에 부딪혀 현금 대신 바우처 지급으로 바꿨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복지 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는 국무총리 산하 사회보장위원회의 승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사회보장위원회는 현금 대신 바우처를 쓰고 바우처를 산후조리원 결제에 쓸 수 없도록 한다는 조건하에 산후조리경비 제도 신설을 승인했다.


서울형 산후조리경비를 직접적인 조리 비용으로 쓸 수 없게 되면서 바우처는 대부분 직접적인 산후조리와는 거리가 먼 사용처에 쓰였다. 사용 건수를 보면 의약품 및 건강식품 구매(59%)와 한약 조제(8%)에 70% 가까이 사용된 반면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이용은 15%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산후조리원 결제 대신 가정방문 산후도우미 이용에 바우처를 쓸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일부 산모들은 거부감을 나타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23.2%는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 전문성 불신(20%)과 사생활 침해(20%) 등을 들었다.


서울시가 이날 바우처 한도를 통합해 원하는 곳에 100만 원을 모두 쓸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지만 산후조리 비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사지 사업 신고를 별도로 한 산후조리원에서는 바우처를 쓸 수 있어 편법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시 발표대로 사용 기한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면 출산 직후 산모를 돕는다는 제도 취지가 퇴색된다.


이처럼 산후조리원 내 편법 결제가 가능한데도 서울시는 오히려 “업종코드가 분리된 산후조리원에서는 바우처를 쓸 수 있다”며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산후조리원에서 별도 업종으로 마사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바우처 결제가 가능하다”면서도 “바우처 결제가 가능한 산후조리원이 어디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