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기계에서 평소와 다르게 나는 소리는 고장 징후일 수 있습니다. 기계를 그대로 방치했을 때 최악의 경우에는 오작동으로 중대 재해가 발생할 수도 있죠. 우리 솔루션을 사용하면 이를 사전에 탐지해 고장과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소리 분석에 특화한 인공지능(AI) 기업 디플리의 이수지 대표는 이달 13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각종 설비, 기계 소음이 산재한 제조 현장에서도 이상 음향을 정확하게 포착해낼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디플리가 자체 개발한 이상 음향 감지 시스템 ‘리슨AI’는 42종, 총 5만 시간에 달하는 소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현장 내 돌발 상황을 감지해낸다. 기계가 내는 파열음을 비롯해 사람 비명 소리,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 등을 포착해 중앙 관제 시스템에 보고한다. 이상이 있는 설비를 선제적으로 점검·보수하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이미 사고가 발생한 상황이라면 빠른 대응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국내 다수의 대기업, 공공기관은 산업 재해를 예방하거나 관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점을 주목해 디플리 솔루션을 도입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공사 현장에 리슨AI 솔루션을 적용한 DL이앤씨가 대표적이다. GTX 공사는 깊은 지하에 터널을 파야 하는 만큼 리프트를 이용해 각종 중장비를 땅 아래로 내려야 하는데 리프트가 고장날 시 현장 전체가 멈추는 문제가 있었다. 디플리는 DL이앤씨와 협업해 리프트가 작동을 멈추기 전 내는 이상 음향을 포착·학습시켰고 이를 통해 장비 고장과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과 서울대에서 경영학, 전기전자공학, 인지과학 등을 전공한 이 대표는 대중에 공개된 트랜스포머 모델(인간의 뇌와 유사한 방식으로 학습하는 AI 모델의 일종)을 기반으로 음향 분석 AI 모델을 자체 개발했다. 기존에는 사람의 음성을 분석해 번역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AI 서비스가 다수 있었지만 산업 현장에서 나는 소리를 분석하는 데 특화된 AI 모델은 없었다.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청사, 인천교통공사, 롯데건설, 한화비전, 육군 등에서 솔루션을 잇달아 도입하면서 디플리는 기업 대 기업(B2B) 사업 모델로 최근 2년 연속 당기순이익 흑자를 거두는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 AI·빅데이터 분야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정책 자금, 보증, 수출 등 연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기도 했다. 잠재력이 크지만 아직 본격 상용화되지 않은 미래 기술인 ‘딥테크’ 분야 스타트업으로서 안정적인 매출을 거두고 있는 점을 주목받았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산업 현장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 목표”라며 “동시에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