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과 관련해 “25만 원을 나눠주는 것보다 25만 원을 깎아주는 게 확실히 낫다”고 밝혔다.
강 전 장관은 19일 세종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에서 본 한국 경제 도전 실록’ 북콘서트에서 감세 정책과 지출 정책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강 전 장관은 하버드대 연구진이 1970년 이후 경기부양책을 비교한 결과 감세 정책은 성공한 반면 대부분의 지출 정책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율을 낮추는 것은 증세하기 위한 정책이지 세금을 깎아주기 위해 감세하는 것은 없다”며 “감세 정책이라는 말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강 전 장관은 기재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이명박 정부 시절 소득세율·법인세율·상속세율 인하, 연구개발(R&D) 투자세액공제 등의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그는 “상속세 폐지는 돈을 더 걷겠다는 방법론으로 당시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안을 국회에 가져갔지만 통과를 못 시켰다”며 종합부동산세는 재산세와의 통합까지 추진했지만 이루지 못하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회고했다.
강 전 장관은 북콘서트가 열린 세종시에 처음 방문했다며 당시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 설립에 반대했던 일화도 전했다. 그는 “(땅을) 50m 파 내려가서 암반이 나오지 않으면 도시가 성립하지 않는데 세종시는 암반이 보이지 않았다”며 국회 등과도 멀어져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당시 이명박 후보와 세종을 ‘국제 과학 비전 도시’로 만드는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 무산됐다고 밝혔다.
장관 재직 시절 고(高)환율 정책에 대해서는 “뼈아픈 얘기지만 (고환율에) 동의하지 않고 ‘환율의 실세화’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당시 한국 경제 상황에 맞춰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중심국은 물가와 고용에 집중하면 되지만 주변국은 경상수지와 성장에 집중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협상을 할 때 미국 대표에게 ‘미국은 환율을 시장에 맡기느냐, 1985년 (플라자합의로) 엔화 가격이 떨어진 것은 시장에 의해서였느냐’ 물어도 답을 못했다”며 과거 국제금융국장 재직 시절 일화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