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환승…알뜰폰 1000만명 시대 온다

1년간 알뜰폰 가입 121만명↑
6월 시장 점유율 첫 16% 돌파
만원 미만 등 초저가 요금 효과
차별화 어려워 성장성엔 물음표
업계 "망 도매대가 현실화 필요"

서울 시내에 위치한 알뜰폰 매장 모습. 뉴스1

이동통신 3사의 휴대폰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알뜰폰(MVNO)은 1년 새 가입자가 120만 명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증가 속도라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통 3사가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에 발맞춰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하고 인공지능(AI)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가입자 붙잡기에 나섰지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4년 6월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수는 929만 6636명(기타 및 사물인터넷 회선 제외)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0만 6588명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같은 기간 14.4%에서 16.5%로 2.1%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들어 매달 평균 9만 6000명가량 가입자가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2~3월 중에는 가입자 1000만 명 달성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알뜰폰 시장에서는 KT(030200)엠모바일, LG헬로비전, SK텔링크, 국민은행, 토스모바일, 세종텔레콤(036630) 등 약 70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이중 회사별 가입자 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KT엠모바일이 1위 사업자로 평가된다. KT엠모바일은 3월 가입자 수가 150만 명을 넘겼다고 밝힌 바 있다. LG헬로비전, 미디어로그, SK텔링크 등이 뒤를 잇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알뜰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통 3사의 가입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이통 3사의 가입자 수는 1년 전에 비해 100만 4477명이 줄었다. 전체 통신 가입자 수가 사실상 정체된 상황에서 알뜰폰 가입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들어 AI 서비스를 강화하고, 3만 원대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의 효과로 가입자 수가 반등할 여지가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KT의 경우 6월 가입자 수가 한 달 전과 비교해 약 5000명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폰이 이통 3사와 다르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저렴한 요금제를 들 수 있다. 알뜰폰의 경우 5G 요금제 기준 9000원대부터 시작한다. 또 가장 비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도 5만 원을 채 넘지 않는다. 3만~9만 원대로 형성돼 있는 이통 3사의 5G 요금제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일부 알뜰폰 업체들이 일정 기간 요금을 내지 않는 ‘0원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선 것도 가입자 수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가입자 수만으로 알뜰폰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뜰폰 사업자들 모두가 기존 통신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탓에 이통 3사에 언제든 고객들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통 3사가 망 사용료인 도매대가를 내리지 않는 이상 알뜰폰 업체들이 통화 품질 등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단순히 숫자만 보면 알뜰폰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든 통신 3사가 전환지원금을 높여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 확보에 나선다면 금방 알뜰폰 가입자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면서 “망 도매대가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알뜰폰 업계가 더이상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