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끝이 보이지 않는 극심한 폭염과 열대야가 삼복더위는 물론 이달 말까지도 계속될 기세다. 특히 올해는 아침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 현상이 연간 역대 최장기간 기록을 갈아치우며 말복 이후 더위가 진정국면에 들어가던 예년 흐름도 거스르고 있다.
이에 각종 벌레들이 활개 치는 기간도 길어질 것으로 보여 야외활동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더울수록 사람들은 산으로 바다로 여름휴가를 떠나며 활발한 야외활동을 전개하며, 이 과정에서 휴가지에서도 벌레에 물리곤 한다. 특히 대표적 여름철 벌레인 모기는 물렸을 때 가려움증과 같은 피부질환 증상이 나타날 뿐 아니라 말라리아와 같은 치명적 전염병을 옮기는 매개이기 때문에 물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여름철 더위가 한풀 꺾인다 해도 9월경까지는 갖가지 벌레들이 활발히 움직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9월 중순 추석을 전후해 벌초 등 야외활동을 할 때 조심할 필요가 있다.
여름철에 활동하는 벌레로는 모기를 비롯해 벌, 벼룩, 개미, 지네, 진드기 등이 있으며 물렸을 때 각종 피부질환이 따라붙는다. 초기에는 가벼운 가려움, 이물감 등을 느낄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해질 경우 호흡곤란, 쇼크까지 일으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벌레의 타액 속에 포함된 독소 또는 곤충의 일부가 피부에 남아 생기는 이물반응에 의해 피부가 붉게 변하거나 단단한 구진이 생기며, 중심부에 물린 듯한 반점이 나타난다. 이에 통증, 부종, 가려움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벌과 개미에게 물린 경우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하기 쉬운데,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면 물린 상처 주변에 붉은 반점이 퍼지거나 붓거나 두드러기가 생기거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드물게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벌레에 쏘이거나 물렸을 때는 해당 부위를 깨끗이 씻고 벌침이 보이면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시 즉시 전문의 치료가 필요하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일부는 다리나 손, 팔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열이 나는 봉와직염으로 악화해 응급실을 찾기도 한다. 주로 야외에서 풀벌레에 물리는 등으로 인해 상처가 생기면 그 틈으로 세균이 침투해 발생한다. 완치가 가능하고 재발도 흔하지 않지만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은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벌레에 물리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할 이유에는 이 같은 직접적 증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기 등 각종 벌레가 옮기는 각종 감염병이 더 큰 문제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주의해야 할 질병은 ‘학질’이라고도 불리는 말라리아다. 전 세계 환자 2억명, 연간 사망자 50만여명에 달하며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치사율이 30%에 달하는 무서운 감염병이다. 말라리아는 원충에 감염된 암컷 얼룩날개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모기가 주로 활동하는 저녁시간에 야외 체육활동으로 땀이 난 상태에서 휴식할 때, 모기의 산란과 생육이 용이한 호수공원·물웅덩이 인근에서 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라리아의 유행은 일반적으로 초가을인 9월경까지 계속되는 만큼 더위가 꺾인 후에도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7일을 기해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초기에는 오한, 발열, 발한 등이 나타나며 이후 두통,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48시간을 주기로 반복해서 나타난다. 질병청 관계자는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진단·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기에 의사의 처방에 따라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소매, 긴바지를 입으며 노출된 피부에는 모기 기피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며 “해외여행 시 말라리아 유행지역을 방문할 경우 전문의 상담 후 여행 전부터 귀국 후까지 예방약을 복용할 것”을 권고했다.
감염병을 피하려면 물리지 않게 주의해야 할 벌레는 모기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쯔쯔가무시증, 라임병 등을 옮기는 진드기는 조심해야 한다. 기온과 습도가 올라가는 여름철에 생존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개체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 중 쯔쯔가무시증은 쯔쯔가무시균이 진드기 유충 몸속에 기생하고 있다가 진드기가 사람을 물었을 때 사람 몸속으로 침투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감염되면 고열, 발진, 근육통 등이 생긴다. 손기영 교수는 “산과 들에 나갈 때는 반드시 긴 소매 옷을 입어 피부 노출을 줄이고, 잔디밭에 앉거나 눕지 않으며 옷을 풀밭에 벗어두지 않아야 한다”며 “진드기 기피제를 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