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가 끝나고 찾아온 본격적 폭염과 열대야가 유례없는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다. 수영장과 계곡, 바다 등은 이 같은 극심한 무더위에 막바지 여름휴가까지 겹치며 피서객들로 붐비고 있다. 즐거운 물놀이는 잠깐의 방심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준비운동 등 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사고 예방만큼 중요한 것이 물놀이 후 건강관리다. 눈과 귀 등이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귀는 외이, 중이, 내이로 구분되어 있다. 이중 외이도는 귓바퀴와 고막까지 이어지는 관 모양의 구조를 말하는데 길이 3㎝ 정도의 좁은 통로다. 외이도는 귀의 털과 귀지를 통해 이물질 유입을 막아주는 1차 관문으로 세균, 곰팡이, 외부 자극에 의한 각종 질환 발생이 쉬운 곳이다. 대표적인 외이도 질환에는 세균이나 곰팡이 등에 감염되어 염증이 발생하는 외이도염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빅데이터를 보면 2023년 기준 외이도염(H60) 총 진료환자(240만2282명) 중 약 21%가 7~8월에 몰려있다. 월별로는 8월이 26만3452명(11%)로 진료환자 수가 가장 많았으며 7월이 23만8441명(10%)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8월은 2014년부터 10년간의 통계에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
외이도염은 방어기전이 손상되면 피부로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녹농균, 포도상구균 등에 의해 발생한다. 이 외에 진균도 외이도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다만 급성 염증의 10% 이하만 진균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이도염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통증이다. 귓바퀴를 당기면 심해진다. 가렵거나 귀의 먹먹함(이충만감)이 있을 수 있고 귀가 잘 안 들릴 수도 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은 청신경의 손상이 아니라 대개 부종이나 분비물로 외이도가 막혀서 생기는 일시적 현상이다.
김상훈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평소와 달리 잦은 물놀이와 수상레저활동으로 인해 귀에 물이 들어가면 외이도가 습해지는 환경이 조성되고 각종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해 염증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귀가 간지럽고 약간의 통증만 나타날 뿐 특별한 초기 증상이 없어 대다수가 무심코 넘기고는 한다”며 “방치하면 심한 통증과 함께 수면장애나 식사 시 어려움을 느낄 수 있으며 고름이 나오거나 청력이 떨어질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놀이 후에는 귀에 이물감이 없더라도 외이도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귓속 물기를 철저히 제거하는 등 청결 유지가 중요하다. 면봉, 귀이개, 손가락 등을 이용한 자극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제자리 뛰기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물이 빠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드라이기를 이용해 귓속을 건조시키는 방법도 있다. 김상훈 교수는 “외이도염은 귀를 깨끗하게 소독한 후, 진통제 및 원인균에 맞는 항생제를 통해 충분히 치료 가능하기 때문에 만약 물놀이 후에 의심 증상이 나타난다면 방치하지 말고 병원에 방문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보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많은 물에서 놀고 난 뒤 눈이 빨갛게 충혈됐다면 각결막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빅데이터를 보면 바이러스 결막염 환자 또한 2023년 총 진료환자(19만 1649명) 기준 8월이 2만8725명으로 약 15%를 차지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뒤이어 9월이 2만3824명으로 약 12%를 차지했다.
대표적인 유행성각결막염은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생기는 질환으로 오염된 물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와의 접촉에 의해 전염된다. 아이들은 눈에 물이 들어갔다고 해 무의식적으로 눈을 비비곤 하는데 이는 감염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안경 착용을 통해 눈에 손이 직접 접촉하는 일부 피할 수 있다.
김기영 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유행성각결막염의 주요 증상은 눈 충혈과 이물감, 부종, 통증, 가려움증 등으로 보통 한 쪽에서 시작해 두 눈 모두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주로 사람이 많이 몰리는 수영장이나 피서지에서 전염되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으나 그럴 수 없다면 항상 손을 깨끗이 씻는 등 위생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눈병에 걸리면 치료제인 안약 사용도 필요하지만 전염력이 강하므로 스스로 위생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 접촉성 전염이기 때문에 가족 중 전염된 이가 있다면 반드시 개인 수건을 사용해야 한다. 음주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 좋다. 김기영 교수는 “대부분 바이러스성으로 치료 없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절로 호전되기도 하지만 합병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세균 감염이나 각막 혼탁으로 인한 시력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 및 스테로이드 안약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