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회담 생중계 하자" 野 "정치이벤트 하나"

■25일 대표회담 앞 주도권 싸움
韓 '내용 전체 공개' 파격 제안에
野 "언론플레이 예의에 어긋난다"
항의 차원 실무자회동 하루 미뤄
민생 논의한다지만 의제 이견 커
난관 산적…'협치 물꼬' 기대감도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올 3월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각자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달 25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공식 회담을 앞두고 여야 간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야 대표 회담을 “전부 공개하자”고 파격적 제안을 하면서 선공을 날렸다. 민주당은 이에 “대표 회담을 정치 이벤트로 생각하느냐”며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양측이 회담에서 민생 의제를 앞세우자면서도 주요 안건별로 입장 차가 뚜렷한 상황이어서 실무 협의부터 냉랭한 긴장감이 감돈다.


국민의힘은 20일 여야 대표 회담을 ‘전체 생중계’ 형식으로 국민에 공개하자는 한 대표의 제안을 민주당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박정하 대표 비서실장이 밝혔다. 박 실장은 “회담이 굉장히 오랜만이고 국민께 빨리 결과를 드려야 한다”며 “민주당이 동의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픈해서 하면 어떨까 제안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공개 회담’ 카드를 꺼낸 것은 7·23 전당대회 당시 TV 토론에서 거물급 후보들의 집중 공세에도 무난한 성적표를 거둔 자신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소야대 정국 속 정부·여당의 민생 입법이 속도를 못 내는 상황에서 사실상 대표 간 ‘공개 토론’을 통한 여론전에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회담 방식을 정할 실무 협의의 첫발을 떼기도 전에 여당이 ‘언론 플레이’를 했다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관례에도 어긋날뿐더러 회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이해식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박 실장이 아닌 한 대표의 제안이 돼야 하는 만큼 실무 협의를 통해 충분히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전 과정 생중계’라는 내용을 툭 던지듯 언론을 통해 공개한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며 “한 대표가 이 회담을 하나의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만들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여당의 일방적인 통보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회담 형식·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실무진 회동을 20일에서 21일로 미뤘다.


회담 의제를 둘러싼 이견을 어떻게 좁힐지도 관건이다. 여당은 이날 △정쟁 중단 △민생 회복 △정치 개혁 등을 의제로 제시한 반면 야당은 이 대표가 언급한 △채 상병 특검법 △민생회복지원금(전 국민 25만 원 지급) △지구당 부활 등을 안건으로 꺼냈다. 서민과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는 공통분모도 있지만 포퓰리즘 논쟁을 부를 수 있는 주제도 끼어 있고 정쟁으로 흐를 소재도 있어서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채 상병 특검법은 양당 내에서도 입장이 갈리는 민감한 사안으로 꼽힌다. 박 실장은 민주당이 제시한 의제에 대해 “굳이 거부할 것 없이 다 받아들여서 같이 논의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게 우리 생각”이라며 “가급적 열린 회담을 해보자”고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난관은 적지 않지만 이번 회담이 여야 경색 국면을 해소하고 9월 정기국회에 앞서 협치의 물꼬를 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이날 국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21대 국회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22대 국회에서 쟁점 법안이 합의 처리된 첫 사례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정책 사령탑’인 진성준 정책위의장의 유임을 환영하면서 “정책에 대해 연속성을 갖고 신속히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