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등 범죄조직에 가상계좌 7만 2500개를 판매하고 범죄 수익금을 챙긴 조직 총책 등 4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가상계좌 유통으로는 최대 규모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전자금융거래법위반·사기방조·컴퓨터등사용사기방조 등 혐의를 받는 불법 계좌 판매 조직 총책 A 씨와 조직폭력배 출신 유통·관리책 등 4명을 입건하고 이 중 3명을 지난 6월 5일부터 차례로 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기소된 이들은 범죄 조직에 가상계좌를 판매해 5900억 원의 보이스피싱 피해자금과 불법도박 운영 자금이 거래되게 하고 11억 2060만원 상당의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결제대행사(PG사)가 계약 가맹점들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이 계좌로 들어온 판매 대금을 가맹점주들에게 이체한다는 점을 노리고 범행에 나섰다. PG사들의 모(母)계좌에 연결된 가상계좌의 경우 개설에 실명 확인의 의무가 없고 개설 가능한 계좌 수도 제한이 없어 범죄에 활용되기 용이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범행에 이용된 가상계좌는 PG사가 보유한 모계좌에 연결된 임시계좌다. PG사는 은행에서 발급받은 가상 계좌를 가상계좌 판매업자(머천트)에게 제공하고 이 계좌를 머천트가 이용계약을 체결한 가맹점이 거래에 이용하는 구조다.
A 씨 등은 이러한 가상계좌 영업구조에서 머천트로 활동하면서 보이스피싱·불법도박 조직을 가맹점으로 모집해 계좌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보이스피싱 피해금 수취에 가상계좌가 사용된 사실을 포착한 합수단은 금융감독원과 공조 수사로 해당 조직을 검거하게 됐다.
합수단 수사 결과 총책 A 씨는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가상계좌 유통을 목적으로 하는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B 결제대행사가 보유한 C 저축은행 가상계좌 관리 권한을 취득했다. 이후 보이스피싱 및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조직에 가상계좌 7만 2500개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가상계좌○○’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텔레그램을 통해 가맹점을 모집·관리했다. 또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보이스피싱 조직 대신 피해자와 접촉해 사건을 무마시키는 한편 계좌 지급정지를 피하면서 보이스피싱 등 범죄조직과 결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가 발생하면 신고된 금액에 대해서만 출금이 정지되고 피해금이 이체된 연결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효력도 없는 점 등을 노리기도 했다.
합수단은 피고인들이 가상자산 제공 등을 통해 얻은 11억 2060만 원 상당의 수수료 수입 등 현금과 관련 계좌 등에대해 추징보전 청구했다. 또 이 사건 가상계좌를 매수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