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시가 반도체 산업 투자 펀드에 69억 위안(약 1조 2900억 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반도체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미국 등 서방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접근을 제한하는 가운데 중국이 기술 자립을 위해 반도체 관련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 정보 사이트 톈옌차에 따르면 상하이반도체산업투자펀드(SSIIF)는 국유기업들의 투자를 받아 자본금을 145억 위안(약 2조 7100억 원)으로 늘렸다. SSIFF는 상하이과학기술벤처캐피털그룹이 35%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2016년 설립돼 상하이 소재 반도체 기업들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펀드 조성 초기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중신궈지), 화훙그룹의 자회사 HLMC, 웨이퍼 처리 솔루션 기업 ACM리서치의 자회사 ACM리서치상하이 등에 수십억 위안을 투자한 바 있다.
광둥성도 반도체 제조 허브를 자처하며 자체 기금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광둥성 정부는 2020년 12월 조성된 100억 위안(약 1조 8200억 원) 규모의 ‘광둥반도체·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Ⅰ’에 이어 2023년 12월 110억 위안(약 2조 79억 원) 수준의 ‘광둥반도체·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Ⅱ’를 설립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2014년 1기 반도체 기금(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영어명 빅펀드)으로 1380억 위안(약 25조 1900억 원)을 조성했다. 이어 2015년 하이테크 산업 육성책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한 후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 조성에 힘을 쏟았으며 2019년 2000억 위안(약 36조 5000억 원) 규모의 2기 기금을 만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때인 2018년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화한 뒤 반도체 등 하이테크 기업을 제재하고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맞선 중국의 조치였다. 당시 중국 당국은 1·2기 반도체 기금을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SMIC를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과 설계, 패키징·테스트, 설비·재료 등 선별 반도체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그러나 유의미한 성과가 없었던 데다 해당 기업들의 부패 스캔들이 불거지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정부와 공상은행을 포함한 국영은행, 기업 등으로부터 모은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으로 3440억 위안(약 64조 6720억 원) 규모의 3기 기금을 조성해 올 5월 출범시켰다. 이는 사상 최대의 반도체 투자 기금으로 중국 재정부가 전체 지분의 17.4%를 가진 최대주주다.
SCMP는 “미국의 수출통제로 중국 기업이 첨단 반도체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를 대체할 국내 기술 개발을 위해 중국 정부는 주요 업체에 상당한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반도체 기업 25곳의 재무제표를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에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이 지난해에만 205억 3000만 위안에 달했다. 이는 2022년 대비 35% 증가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