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하나로 통합해 0~5세 아동에게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는 ‘영유아학교(가칭)’가 9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이르면 2026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을 앞두고 이들 기관에 선제적으로 적용해 교사 대 영유아 수 개선과 보육·교육 전문성 강화 등을 꾀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관련 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고 교사들의 자격 통합을 둘러싼 갈등 역시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교육부는 유보통합 모델 격인 ‘영유아학교 시범 사업’ 시범학교에 유치원 68곳과 어린이집 84곳 등 전국 152개 기관을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152곳 중 67곳은 다음 달 1일부터, 나머지 85곳은 다음 달 9일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유보통합은 3~5세가 다니는 유치원과 0~5세 영유아가 이용하는 어린이집을 통합해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정책으로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별로는 유치원 3곳, 어린이집 3곳 등 6개 안팎의 기관이 지정됐다. 대구(43곳), 경북(20곳) 지역은 자체 유보통합 모델을 개발하고 관련 예산·지원금을 확보해 다른 지역보다 많은 기관이 시범학교로 선정됐다. 장애 영유아, 특수교육 대상자 등 취약 영유아에 대한 특별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현장 요구에 따라 152개 기관 가운데 특수학급이 있는 유치원 4곳, 장애 통합 어린이집 13곳, 장애 전문 어린이집 3곳도 포함됐다.
이번에 선정된 시범학교는 충분한 운영 시간 보장과 교사 대 영유아 수 적정화, 교육·보육 프로그램 강화, 교사 역량 강화 등 학부모 수요가 높은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특히 기존 유치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8시간을 운영하는데 학부모 수요가 있으면 아침·저녁 4시간을 추가해 어린이집 운영 시간(12시간)만큼 유아를 돌봐준다.
교사가 1명이 담당하는 영유아 수도 현행보다 줄인다. 교사와 영유아 간 상호 작용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교사 1명이 맡는 영유아 수를 0세반은 2명, 3세반은 13명, 4세반은 15명, 5세반은 18명으로 낮춘다. 연장 과정을 전담하는 교사가 없는 경우에는 전담 교사를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유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어린이집 교육 프로그램과 교사 연수도 강화한다. 교사 추가 배치로 담임교사 연구 시간을 확보하고 지역 박물관·도서관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이어지는 연계 교육을 강화한다. 최근 정서·행동 위기 아동 증가, 코로나19로 인한 영유아 정서 발달 격차 심화 등을 고려해 교육청별 특색 사업을 통해 영유아 정서 건강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152개 시범학교에 내년 2월까지 총 262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투입한다. 17개 시도교육청에 각각 15억 원을 편성해 기관별로 최대 1억 원을 지원한다. 교육부는 시범학교를 내년부터 매년 1000곳씩 추가 지정해 2027년까지 총 3100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유보통합 시행을 위한 법이 제정되지 않아 시범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기존 3~5세반만 운영하는 유치원은 0~2세가 이용할 수 없다. 또 유보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사 자격 통합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운영된다. 유치원 교사 자격증은 전문대와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해야 취득할 수 있는 반면 어린이집 보육 교사 자격증 일부는 대학 학위가 없어도 딸 수 있다. 이 때문에 유치원 교사들은 보육 교사에게 유치원 교사와 같은 자격증을 부여하는 것을 두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까지 시범 사업을 한 뒤 내년부터 관련 법을 개정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이번 시범학교 운영으로 교육·보육 활동이 상향 평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