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력산업, 미래가 안 보인다

조강욱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조강욱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8월부터 가스요금이 6.8% 인상됐다. 다음 차례는 전기요금이라고 한다. 전기요금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인상해야 하는 걸까?


전기는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공급하고 있어 정부가 요금을 규제한다. 하지만 전기 생산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 연료 가격을 정부가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전기생산 원가는 오르는데 전기판매 매출은 따라오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바로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


한전의 재무제표는 이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2021~2023년 국제 연료가격 급등 시기에 한전은 43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요금이 적기에 오르지 못해 촉발된 이러한 적자는 한전이 사채를 발행해 메워왔다. 그러다 2023년 말에는 한전법에 명시된 한전의 사채발행 한도에 막혀 한전이 발전회사에 전력판매 대금을 주지 못하자 발전회사가 연료를 구매하지 못해 대규모 정전이 현실화할 뻔했다. 정부는 긴급히 사채발행 한도를 완화토록 한전법을 개정했다. 전기요금 정상화 대신 사채발행을 선택한 결과 2023년 한전의 이자 비용은 4조 5000억 원, 부채는 203조 원에 달했다.


이러다 보니 전기요금 산정기준이 되는 한전의 전력 구입 대금을 축소해야 했다. 전력시장가격이 급등할 때 한시적으로 긴급정산상한가격을 적용하는 등의 조치로 지난 2년간 전력 구입 대금을 7조 원가량 줄였고, 올 상반기에도 2조 8000억 원 가량의 원가를 감축했다. 이 밖에도 한전의 부동산 매각, 송배전 설비 투자비 조정을 했고, 최근에는 약 150명의 직원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게다가 2023년 말에는 한전 자회사인 발전공기업으로부터 3조 2000억 원의 중간배당까지 받았다. 사실상 전력산업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다 쓴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는 전력산업의 미래를 그릴 수 없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전기자동차가 세계 경제의 화두가 됐고, 이를 뒷받침할 전력인프라 확보가 미래 경쟁력의 근간이 되고 있다. 2023년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2050년 미국의 전력 소비량이 2022년 대비 2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량도 이와 유사한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다.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신규 발전소 건설과 송배전망 확충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력산업의 원천적 수익인 전기요금 인상 제한으로 비용 절감에만 매몰돼 전력구입 대금을 줄이고 송배전망 투자를 이연하고 조정해야 하는 답답한 상황에 처해 있다.


최근 한전 발표에 따르면 2036년까지 신규 송배전망 투자 비용만 56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정전 대비 전력설비 유지보수비까지 포함해 15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재원 조달 필요성이 언급됐다. 전력공기업의 ‘마른 수건 짜기’로는 이 모든 투자 재원을 감당할 수 없다. 50여 년간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반도체·AI 등 첨단산업이 모두 전력 산업의 든든한 기반을 필요로 한다. 전기가 그만큼 현대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간 시설 중의 하나인 것이다. 때를 놓친 투자는 미래 산업을 약화시키고 때를 놓친 전기요금 정상화는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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