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대립 새 전선 '진료면허'… 政 "'면허≠단독진료 역량'" 醫 "환자 볼 의사 급감"

정부가 국가고시 합격 후 의사 면허를 받은 일반의 등을 대상으로 이른바 ‘진료 면허’ 제도 도입을 검토할 것을 분명히 하면서 의료계와 정부 간 또 하나의 대립 전선이 만들어졌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방침에 대해 곧바로 “현행 면허 체계를 사실상 폐기하는 것으로 환자 보는 의사가 급감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정부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것만으로 개원이나 독립 진료를 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뿐 ‘전공의 착취기간 연장’ 목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전경. 연합뉴스

복지부 “의대 졸업 후 바로 단독진료, 의료계도 우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백브리핑에서 “의료법 제정 당시 면허 체계가 지속돼왔고 독립 진료 역량을 담보하는 데 미흡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상 수련 강화 방안과 연계해서 가칭 ‘진료 면허’ 도입을 검토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강슬기 의료인력혁신과장은 “의료계에서도 환자 안전을 고려할 때 의대 교육 과정만 이수하고 개원하거나 현장에 나서는 건 우려할 만하다고 말해왔다”고 밝혔다. 강 과장은 대한의학회,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등에서도 2011년께부터 수련 제도와 연계한 진료 면허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의견을 냈다고 덧붙였다. 변호사도 합격 후 6개월간 수임을 제한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의사도 독립 진료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곧바로 의사 면허를 받은 이가 수련의·전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반의로서 독립적 진료를 할 수 있다. 복지부 통계를 보면 의사 면허를 받은 해에 바로 일반의로 근무를 시작한 비율은 2013년 약 12%에서 2021년 약 16%로 높아졌다. 별도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진료를 시작한 비율이 늘었다는 얘기다.


반면 미국·영국·일본·캐나다 등은 진료 면허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의사 면허를 받은 뒤 2년간 임상 수련을 거쳐야 진료 면허를 따로 부여한다. 미국은 3년간 임상 수련을 거쳐야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고 일본은 의대 졸업 후 국가시험을 통과한 뒤 2년간 임상 수련을 받아야 단독 진료 권한을 준다.



20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최안나 대변인이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 현안 관련 의협의 입장을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 “현행 면허제도 부정… ‘착취 기간’만 늘려”

의협은 정부 발표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이날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진료 면허 제도에 대해 “당장 현장에 나올 의사를 막고, 쫓아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제도를 바탕으로 정립된 일반의·전공의·전문의·전임의 제도를 모두 어긋나게 해 의료 체계에 극심한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며 “환자 보는 의사 배출이 급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대변인은 “많은 국민이 현행 의사면허 제도가 유지되리라 기대하고, 활동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이 모든 신뢰가 훼손된다”며 “헌법상 직업 수행의 자유와 신뢰 보호의 원칙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변인은 “정말 전공의 처우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의료계와 실효성 있는 논의를 통해 올바른 면허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 사회에서는 진료면허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전공의만 수련 기간이 늘어나서 더 오랜 기간 착취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정부가 이를 활용해 취약지역에 의무복무를 유도하려 한다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정부는 임상수련 개편을 통한 진료면허 제도가 ‘허드렛일 하는 기간만 길어지게 할 뿐’이라는 일부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강 과장은 “수련 혁신이나 투자 강화를 통해 수련다운 수련이 되도록 조치할 것”이라며 “수련을 거쳤을 때 독립 진료 역량을 갖추게 하는 목표 아래 교육 기간이나 프로그램을 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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