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6·25 참전용사 기리는 공간 만든다

서울시 시민의견 수렴 결과
국가상징공간 조성 찬성 59%
상징물로는 태극기 최다 제시
심의 등 거쳐 내달 설계 공모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자유민주주의와 인류 평화를 구현하는 국가 상징 공간으로 조성한다. 특히 6·25 전쟁에 함께한 22개국 유엔 참전 용사를 기리고 이 희생을 미래 세대에 전하는 데 방점을 찍기로 했다. 다만 앞서 ‘100m 높이 게양대’로 비판을 받았던 태극기 조형물을 어떻게 녹여낼지에 대해서는 유보적 태도를 취해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본지 7월 8일자 20면 참조


서울시는 20일 광화문광장 국가 상징 공간 조성에 대한 시민 의견을 한 달(7월 15일~8월 15일)간 수렴한 결과를 공개하며 취합 의견을 토대로 설계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총 522건의 제안이 접수된 가운데 상징 공간 조성에 찬성하는 의견은 59%(308건), 반대는 40%(210건), 기타는 1%(4건)으로 집계됐다. 적합한 상징물로는 태극기가 215건(41%)으로 가장 많았고 무궁화 11건, 나라 문장 및 국새 각 2건, 애국가 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앞서 시는 6월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해 국가 상징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뒤 국가주의적 발상이라는 반발에 직면했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11일 원점 재검토를 선언하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일반 시민뿐 아니라 설계 분야의 전문가들도 참여했으며 미디어 전시, 가변형 게양대 같은 기술을 접목한 디자인 등이 제안됐다.






오 시장은 이날 국가 상징 공간 조성의 새 주제를 자유민주주의와 인류 평화로 정한 이유에 대해 “광화문광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어떻게 형상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생각을 더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번영을 꽃피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6·25에 참전한 22개국 젊은이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던 만큼 이를 주제로 상징물을 만들자는 방향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향후 시는 전문가 자문과 시 산하 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제 설계 공모 지침을 마련한 뒤 9월 공모, 12월 기본 및 실시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준공 목표 시점은 기존 계획(2026년 2월)보다 5개월 앞당긴 2025년 9월로 잡았다.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어떤 형태와 디자인을 어떤 규모로 어디에 할지는 다 개방돼 있다”며 상징 공간 의미 구현 정도, 시민 소통 수준, 최첨단 기술 접목 여부를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전했다.


당초 논란이 됐던 태극기를 국가 상징 공간에 활용할지 여부도 국제 설계 공모 과정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태극기를 상징물로 활용하는 게 제일 설득력 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상징물 중에 태극기가 들어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국제 설계 공모 과정에서 국가 상징 공간에 어떤 조형물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두고 논란이 재발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번 여론 수렴만 해도 반대 의견이 40%로 적지 않았던 데다 중복 참여가 가능했기에 대표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및 국토교통부와 원활히 협력하는 것도 과제다. 지난해부터 시와 공동으로 국가 상징 공간 조성을 추진한 두 기관은 6월 시에 일방적 발표라며 항의한 바 있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국건위에서 여러 개의 국가 상징 공간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광화문광장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광화문광장을 국민이 공감하고 전 세계인이 소통하며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