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소아과 살려야 저출산 문제 푼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아이가 갑자기 열이 올라 계속 운다면 초보 부모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긴급한 상황에서 근처에 병원이 없는 경우 그저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얼마나 답답할까. 첫 아이의 부모라면 언제든 부딪힐 수 있는 당혹스런 상황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저출산 해결의 중요한 축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소아청소년과는 저출산 여파로 전공의 지원율이 급락하며 필수 의료과목 중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100%를 넘었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지난해 20%대로 추락했다. 외과와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다른 기피 과목보다 훨씬 심각하다.


의사가 소아청소년과를 기피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어린이 환자의 특성상 야간과 응급진료 수요가 많은데다 보호자와 소통하고 민원까지 대응해야 한다. 여기에 급성기 질환이 많아 의료사고 위험도 높다. 저수가와 높은 업무 강도, 그리고 법적 분쟁의 위험까지 더해지면서 젊은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를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 또한 전공의들이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다.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과목을 기피하는 가운데 의정갈등이 지속된다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가 전국적으로 0명이 되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소아 진료에 회당 최대 7000원의 정책 가산을 도입하고 중증 소아 진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환자실 입원료를 인상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1세 미만 입원료 가산 확대와 소아 응급진료에 대한 연령 가산 신설 등 올 해부터 5년간 약 1조3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단기적 대책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단순히 수당이나 수가 인상에 그치지 않고 필수 의료과목의 핵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야간 및 응급진료 수당을 현실화하고 보호자와의 소통 및 민원 대응을 위한 전문 인력을 지원해 의사의 업무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 또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보험 수가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필수 의료과목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통해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필수 의료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합될 때 비로소 소아청소년과의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출산율의 문제가 아니다. 산모와 아이들이 안전하게 태어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소아청소년과뿐 아니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과목의 기피 현상을 해결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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