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관리 '사각지대' 해소…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도 만지작

■ 금융위 가계부채 점검회의
전세·정책대출 DSR 적용 검토
은행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고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제공=금융위

금융 당국이 전세대출과 정책 모기지 등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대출이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 원인으로 지목돼왔기 때문이다. 다만 서민·실수요자들의 주거 안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시행 시기와 적용 강도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자금대출은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만기 일시 상환 비중이 높아 가계부채 증가 요인으로 꼽혀왔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4년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자금대출은 5000억 원 늘어나면서 5월(+7000억 원), 6월(+6000억 원)에 이어 석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일관성 있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서는 전세자금대출이나 중도금·이주비 대출 등에도 점진적으로 DSR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다음 달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에 따라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축소되면서 전세자금대출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미 올 초 발표한 업무 계획을 통해 전세대출에 DSR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서민·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해칠 수 있어 시행 시기와 적용 강도를 고민해왔다. 현재로서는 주택을 보유한 차주가 전세대출을 받아 다른 집에 거주할 시 원금을 제외한 이자 상환분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DSR을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서민·취약계층 등 실수요자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의 건전성 등에 대한 영향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시행 시기와 강도를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주담대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디딤돌과 버팀목대출 등 정책 모기지에도 DSR 규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디딤돌·버팀목대출은 저소득·무주택자가 비교적 저렴한 금리에 대출받을 수 있는 정책대출상품으로 최근 부동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실제 올 4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한 금융권 가계대출은 은행권 주담대와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성 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는 5조 6000억 원 증가했는데 특히 디딤돌·버팀목 대출이 4조 2000억 원 늘어나 전월(3조 8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정부는 DSR 적용 범위 확대에 앞서 은행권에 전세대출, 정책 모기지에 대한 DSR도 내부 관리 목적으로 산출하라고 주문한 상황이다. 중도금·이주비대출, 대출액 1억 원 이하 대출 역시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대출 종류, 지역, 차주 소득 등에 따른 DSR 정보를 상시 파악해 맞춤형 가계부채 관리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 주담대에 대한 위험 가중치를 높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주담대의 위험 가중치 하한선은 15% 수준인데 이를 2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 가중치는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쌓아둬야 하는 돈의 비율로, 위험 가중치를 높이면 은행들은 대출을 내줄 때 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 은행들이 자본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주담대 취급을 줄이게 되면서 가계부채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날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주재한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관계부처와 금융권이 협심해 높은 경각심을 갖고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며 “은행권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 중심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내부 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하기 시작하는 만큼 엄정한 상환 능력 심사를 통해 대출 실행 여부나 한도를 보다 꼼꼼히 살펴보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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