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정부가 올 4월 인공지능(AI) 주요 3개국(G3) 도약을 비전으로 내걸었지만 우리나라의 AI 연구개발(R&D) 환경은 외려 악화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친 AI 인재의 약 40%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특히 우수 AI 인재의 유출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세계에서 한국 정부와 민간의 AI 총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1.5~2.0% 수준으로 보고 있다. AI 개발에 필수인 그래픽처리장치(GPU)만 하더라도 국내 산학연이 확보한 것을 모두 합해도 5000개가 되지 않지만 미국 빅테크의 경우 한 곳에서 15만 개 이상 보유한 곳들이 있을 정도다.
국내 소규모언어모델(sLLM) 선도 벤처기업인 포티투마루의 김동환 대표는 21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술 패권 시대 AI 경쟁력은 이제 핵무기 보유 여부에 비견될 정도로 경제·안보 측면에서 핵심 요소가 됐다”며 “AI G3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산학연정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AI 벤처·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포함해 대한민국 전체의 AI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AI 선도국에 비해 인재·자본·인프라 모두 열악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과 함께 서울 서초구 양재동 AI허브에 7050.5㎡(약 2132평) 규모로 대학, 지방자치단체, 대·중소기업 등이 참여한 대규모 AI R&D 거점을 마련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캐나다의 경우 정부 주도로 토론토 벡터연구소 등 3대 AI 연구소를 구축하고 있다. 영국도 정부기관과 5개 대학이 공동 투자해 앨런 튜링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빅테크의 AI 투자가 활발한 미국도 국립과학재단(NSF)이 나서 전국적으로 AI 연구소를 확충하고 있다.
이번 AI 연구 거점 프로젝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고려대·연세대·포항공대(포스텍) 컨소시엄이 주도한다. 정부는 2028년까지 국비 360억 원을 투입하고 지자체와 기업 등에서 현물 포함 500억 원 이상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독립법인화도 염두에 둔다. 미국 워싱턴대·코넬대 등 해외 대학과 연구소도 협력 기관으로 참여해 뉴럴 스케일링 법칙 초월 연구와 로봇파운데이션 모델 연구 등을 한다. 포티투마루도 검색 증강 생성과 AI 독해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 도메인에 특화한 경량화 모델인 LLM42를 바탕으로 네이버클라우드·LG전자 등과 함께 이번 컨소시엄의 협력 기관으로 선정됐다.
김 대표는 “다소 뒤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도 AI 산학연 협력 생태계 구축을 위해 세계적 AI 연구 허브를 조성하기로 해 참 다행”이라며 “산업계 수요와 연계한 AI 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고급 인재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AI 기업들도 국내에서 서로 경쟁할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벤처·스타트업이 협력해 세계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