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이 다음 달 27일 진행될 총재 선거를 앞두고 공식 포스터와 홍보 영상을 공개한 가운데 인터넷 여론은 물론 당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자민당은 22일 ‘더 매치(The Match)’라는 제목의 포스터와 45초 분량의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포스터는 배경에 아베 신조, 다나카 가쿠에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등 자민당 역대 총재들의 사진이 흑백으로 깔렸고 가운데 영어로 ‘THE MATCH’라는 붉은색 글자가 쓰여 있다. 그 위로는 ‘시대는 누구를 원하는가’라는 일본어 질문이 함께 새겨져 있다. 당은 “역대 총재들의 사진을 배치해 자민당이 전후 일관되게 일본 정치를 견인한 역사와 성과를 보여주고자 했다”며 “(이번 선거가) 단순히 한 정당의 리더를 정하는 게 아닌, 일본의 리더를 선택하는 선거임을 강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매치’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후보 간 대결’이라는 의미, ‘일본의 미래와 잘 매치되는 리더’, ‘국민의 요구와 자민당의 정책을 매칭하는 사람’이라는 여러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SNS 등을 통해 게시·공유할 계획인 45초의 영상에는 주요 총재들이 연설하는 모습을 편집해 국가관을 지녔고, 자민당을 바꿀 수 있으며 일본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반복한다.
포스터와 영상이 공개되자 ‘영화 같다’, ‘참신하다’는 호평도 나왔지만, 인터넷 여론은 물론, 당과 언론에서도 쓴소리가 새어 나왔다. 비자금 스캔들로 정치 불신을 초래한 상황에서 포스터나 영상 어디에서도 반성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당내 한 젊은 중의원 의원은 “침착하게 정책을 논의하는 분위기를 가져갔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아사히도 “이런 상황에서 비자금 사건과 마주하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잔치판 같은 연출로 주목받으려는 수법에 여론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인터넷에서도 포스터와 영상에 등장한 역대 총재가 전원 중년 남성이라는 점을 들어 “결국 이전의 자민당으로 회귀하겠다고 말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는 비판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