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비용 대비 성과가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학생 수 감소, 연구인력의 성비 불균형, 다양성을 저해하는 문화적 요인 등으로 과학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계적인 출판그룹 네이처는 22일 전 세계 연구기관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네이처 인덱스’의 한국 특집편을 통해 이 같은 평가를 제시했다.
네이처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은 2023년 기준 4.9%로 이스라엘(5.6%)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미국(3.5%), 스웨덴·스위스·벨기에(이상 3.4%) 등보다 앞섰다. 반면 연구 성과는 세계 8위에 머물렀다. 네이처는 “한국이 과학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성과는 놀라울 정도로 낮다”고 혹평했다.
네이처는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로 인구 감소, 성별 불균형 등과 함께 연구 혁신 허브로서의 위상 유지, 산업과 학계 간 연계의 흔들림 등을 언급했다. 네이처는 “한국의 가장 큰 약점은 연구 인력의 23%만이 여성이라는 점”이라며 “여성의 경력 중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과학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적인 리더로서 자리를 굳히는 한 가지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성 측면에서도 “더 많은 국제적 연계를 위해 한국의 여건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외국 연구원들은 언어 장벽과 문화적 격차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대학과 기업의 채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어 “여기에 세계 최저 출산율과 학생 수 감소까지 더해진다”고 지적했다.
과학 분야 별로 보면 한국은 대체로 세계 10위권 내의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물리학 분야 연구 성과 순위에서 한국은 세계 6위를 기록했다. 화학 분야에서는 7위, 생명과학에서는 8위로 평가받았다. 건강 과학 분야에서는 주요 평가 항목 중 가장 낮은 14위에 머물렀다. 중국은 생명과학과 화학, 물리학 분야에서 1위를, 미국은 건강 과학 분야에서 1위를 각각 차지했다.
국내 연구기관 중에서는 서울대가 1위로 평가됐다. 이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대, 성균관대, 포항공대가 상위 5개 기관으로 선정됐다. 기업 중에서는 삼성(12위)이 유일하게 50위권 내에 있었다.
벡 크루 네이처 인덱스 수석에디터는 “한국의 과학에 대한 강한 투자와 기술 혁신에 대한 명성은 매우 인상적이지만 지출과 성과 간의 불일치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보다 다양한 국제 파트너십을 육성하고 연구 분야에서 여성의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한국은 과학 커뮤니티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글로벌 과학 리더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