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 13년 만에 잔해 반출하려다 중단

장치설치중 실수·추후일정 미정
이미 세 차례 연기, 3년 늦춰져
당초 소량 시험 채취·분석 계획
높은 방사능에 사람 접근 불가
22m 파이프로 긁어내는 방식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으로 인한 폭발 사고가 발생하기 전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전경. EPA연합뉴스

도쿄전력이 22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원자로에 남은 핵연료 잔해(데브리) 반출을 시도했으나 관련 장비 설치 중 실수로 채취 작업에 들어가기 직전 일정을 잠정 중단했다. 도쿄전력은 이날 작업을 재개하지는 않을 방침이며 23일 이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이날 오전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의 시험 채취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데브리는 핵연료가 녹아내려 원자로 내부의 구조물과 혼합된 물질로 방사선량이 매우 높아 사람이 접근할 수 없다. 제거 장치 조작은 원격으로 하지만 장비 설치에는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이에 도쿄전력은 최대 22m까지 늘어나는 낚싯대 모양의 ‘신축형 파이프’ 장치를 새로 개발했다. 이 장비 끝에 부착한 손톱 형태의 장치를 이용해 핵연료 잔해를 꺼내는 방식이다. 신축형 파이프 장치가 핵연료 잔해에 도달하는 데 1주일가량, 반출 완료까지는 총 2주가량이 걸린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아침부터 시작했던 채취를 위한 준비 작업은 장비 설치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해 중단됐다.


이번에 시도했던 채취 규모는 3g 미만으로 귀이개 한 숟가락 분량이다. 도쿄전력은 반출한 핵연료 잔해를 연구소로 옮겨 성분과 경도 등을 분석한 뒤 이 결과를 토대로 본격적인 반출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데브리에 대한 연구에는 수개월~반년 정도가 소요된다. 단 시험 채취한 데브리의 방사선량이 너무 많을 경우에는 이를 다시 원자로로 되돌려 놓게 돼 있다. 작업자나 인근 주민의 건강을 고려한 것이다.


핵연료 잔해 반출은 당초 2021년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장비 문제 등으로 이미 세 차례 연기돼 3년가량 늦춰진 상황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에는 880톤가량의 핵연료 잔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잔해를 모두 꺼내는 공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이번에 소량 채취에 성공하더라도 향후 폐로까지 작업 일정은 불투명하다.


일본 정부는 2051년께 후쿠시마 원전을 폐기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핵연료 반출 작업이 지연되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일본원자력학회 내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폐로에 1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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