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이 돌아오면서 한 동안 부진했던 국내 소설계가 들썩이고 있다. 김애란 작가가 13년 만의 장편 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출간한 데 이어 인간 본성을 파헤치는 스릴러의 대가인 정유정 작가가 욕망 시리즈 두 번째에 해당하는 장편 소설 ‘영원한 천국’으로 복귀를 알리면서다. 김금희, 황정은 작가도 새 작품 출간을 앞두고 있다.
22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두 작가의 귀환으로 올해 내내 침체를 면치 못했던 국내 소설 분야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정유정, 김애란 두 작가의 작품은 예약 판매만으로 예스24 8월 셋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각각 4위, 5위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드디어 국내 소설 신간이 이 자리를 대체하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소설 분야의 경우 올해는 희귀한 해로 꼽혔다. 지난 달까지 종합 베스트셀러에는 국내 소설을 찾아볼 수가 없고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품이 1998년 처음 출간된 양귀자 작가의 ‘모순’으로 집계됐다. 외국 소설까지 분야를 넓혀도 2022년 부커상 수상작인 클레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한 달 이상 종합 베스트셀러에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김애란 작가의 장편 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지난 21일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김 작가는 “생산력이 부족한 작가를 기다려줘서 고맙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온라인 서점 플랫폼 알라딘에 따르면 “예약 판매 이틀차부터 새 장편소설이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안착했다”며 “주 구매층은 3040 여성으로 전체 구매자의 55.6%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 만큼이나 독자들의 높은 기대를 얻고 있는 작품은 정유정 작가가 3년 만에 내놓는 장편 소설 ‘영원한 천국’이다. 전작 ‘완전한 행복(2021년)’을 잇는 욕망 3부작의 두 번째 시리즈로 특유의 빠른 전개와 서스펜스로 두꺼운 책을 넘기는 맛이 있는 소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작가는 ‘惡(악)의 3부작’인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에서 인간의 ‘악’과 대면하고 그것과 처절한 사투를 벌였다면, 욕망 3부작 시리즈는 인간의 ‘욕망’의 밑바닥을 파헤치고 정면 승부하는 내용을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예약 판매를 시작한 뒤 꾸준한 지지를 얻고 있는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독자들로부터 관심을 얻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예약 판매 구매 독자들은 40대가 43.1%로 가장 높았고 이어 50대(26.2%), 30대(17.6%) 순으로 나타났다.
출판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나 류츠신의 ‘삼체’와 같은 외국 소설이 인기를 끈 데 반해 한국 소설은 부진했다”며 “김애란, 정유정 작가를 시작으로 올 가을에는 김금희, 황정은 작가의 새 소설도 출간을 앞두고 있어 한국 소설을 찾는 독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