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현재 3.5%인 기준금리를 13회 연속 동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22일 이창용 총재 주재로 열린 금통위 정기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2월 이후 역대 최장기간 기준금리를 3.5%에 묶어 놓은 것이다. 한은의 금리 동결로 인해 한미 간 금리 격차는 2%포인트를 유지했다.
한은의 이날 기준금리 동결은 예상된 결과였다. 물가는 2%대를 유지하며 당초 전망한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지만,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시장 불안이 악재로 작용했다.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80조 원으로 1분기 말보다 13조 5000억 원 급증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 역시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32% 상승했다. 21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낸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막기 위해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등을 담은 8.8 공급대책을 내놓았지만 수급 불안을 잠재우기엔 부족한 분위기다.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피벗) 움직임도 작용했다. 미국은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 입장에서는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조정할 경우,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을 일으킬 수 있어 금리조정을 후행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기존 2.5%에서 2.4%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를 나타내며 ‘깜짝 성장’했지만 2분기 -0.2%를 기록하며 역성장한 점을 반영한 것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 내년 성장률은 2.1%를 각각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10월께 통화정책 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서경 금통위 서베이’에 참여한 금융사 이코노미스트와 경제학과 교수 등 전문가 23명 가운데 78.9%가 10월 인하를 점쳤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 부동산 우려 등으로 부동산 시장을 충분히 지켜보면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결정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