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근로자 임금체불이 해당 현장의 부실시공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노동당국 감독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 건설업의 다단계 불법 하도급이 임금체불의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경기도에 있는 A건설사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한 결과 이 기업에서 2021년부터 근로자 583명을 대상으로 10억 원 넘는 임금체불이 일어났다고 22일 밝혔다. 고용부는 추가 수사를 통해 약 5억 원 규모 임금체불을 확인했다.
A건설사의 문제는 임금체불뿐만 아니라 맡은 건설현장에서 부실시공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곳은 15억 원 규모 B학교 환경개선공사를 C교육청으로부터 따냈다. A건설사 대표는 수주금 중 약 30%를 떼고 나머지를 무등록 건설업자에게 맡겼다. 이 과정에서 5800만원 규모 임금 체불이 이뤄졌다. D탄약고 신축공사도 동일한 방식으로 불법 하도급을 통해 근로자의 정상 임금을 가로챘다. 건설업자는 공사비가 부족해 임금체불이 일어났다는 입장이다.
건설현장에서 임금체불이 일어나는 구조적인 원인은 이 같은 다단계 불법 하도급이 지목된다. 한정된 도급비 안에서 수주 경쟁을 펼치고 공사를 빨리 마쳐야 하는 상황 탓에 불법 하도급 업체가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낮은 일당으로 인력을 쓰거나 근로조건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고 노동계는 비판한다. 특히 공사를 하다가 자금난이 심해져 공사가 멈추면서 임금체불이 일어나는 상황도 빈번하다는 전언이다. 2019년 1350곳이던 건설업 폐업 업체 수는 작년 1948곳으로 44%나 급증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건설현장 임금체불 문제는 대부분 부실시공 현장과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임금체불과 부실시공에 대한 대응 부처가 달라 협력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올해 임금체불 방지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 26일부터 내달 13일까지 추석 전 임금체불 집중지도에 나선다. 임금체불 가능성이 높은 업종 중심으로 5000개 사업장을 감독하고 체불 피해 신고창구를 운영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임금체불을 경시하는 사업주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임금체불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