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2일 이례적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며 의견을 냈다. 물가 지표가 안정되고 실물 체감 경기가 악화하는 만큼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2.5%에서 2.4%로 낮추면서까지 금리를 동결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발표 후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하반기 민간 소비 감소로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는 만큼 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춰 내수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앞서 성태윤 정책실장은 6월 “이미 상당 부분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며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물가지표인 근원물가 상승률이 최근 안정되고 있고 다른 국가도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 실장은 이달 1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도 “글로벌 국가뿐 아니라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리 부담은 낮게 가져가고 건전성 관련 규제를 통해 대출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총량 관리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2분기(4~6월) 경제 성장률은 소비 위축 여파로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달 25일 한은이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샌산(GDP)은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2022년 4분기(-0.5%) 이후 최저치다. 1분기 실질 GDP 증가율이 1.3%를 나타내면서 시장 예상치(0.6%)를 크게 웃돌았던 기저효과도 있다지만, 소비가 부진한 것도 원인이었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민간 소비는 승용차·의류 등 재화 소비가 부진해 0.2% 감소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다음 금리 결정이 10월인 만큼 금리 인하 시기를 실기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은은 22일 오전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13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동결 배경으로 “금리 인하가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며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와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낼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