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분쟁 도울 '환자 대변인' 신설 추진… 사고발생 후 '의사 설명'도 의무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방안 공개
설명 때 사과, 재판 증거채택 제한
의사들은 형사처벌 최소화 지향
감정·조정 평가 옴부즈만도 신설

2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응급실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이를 환자에게 반드시 설명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의학적·법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에게 조력을 제공할 가칭 ‘환자 대변인’도 도입한다.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고 환자와 의료진 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유감 표명이나 사과가 있었다 해도 앞으로의 법적 다툼에서 증거 채택을 제한하는 쪽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은 22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우선 복지부는 의료사고 뒤 소송으로 번지기 전에 환자와 의료진 사이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의료사고에 대한 설명을 법제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진, 의료기관이 법적 부담을 줄이면서 사고 경위를 상세히 설명하고 환자에게 유감을 표명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다만 이 과정의 사과나 유감표명은 재판 과정에서 불리한 증거로 쓰이지 못하게 한다. 그동안 의료사고로 상해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유감을 표하거나 사과하면 재판에서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설명 등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고려한 조치다.


또한 복지부는 2012년 도입한 의료분쟁조정제도도 환자와 의료진 모두 신뢰함으로써 소송까지 않고 조정·중재로 분쟁을 조기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전면 혁신하기로 했다. ‘환자 대변인’ 제도의 신설이 그 일환이다. 환자 대변인은 사망 등 중상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환자나 가족을 대상으로 인과성을 판단할 핵심 쟁점 등을 담은 조정 신청서와 의견서 작성을 돕는 일을 한다. 의료사고 감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인 감정위원 명단도 3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린다. 아울러 감정 불복절차를 신설하고, 감정·조정 운영을 평가할 가칭 ‘국민 옴부즈맨’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의료기관의 고액 배상 부담을 줄이고 환자에게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을 주기 위해 배상 보험료 지원, 보험 및 공제의 확충도 추진한다. 불가항력 분만 사고의 국가보상금 한도도 높인다. 그간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사고 배상액은 변호사 비용 등을 포함하지 않아도 평균 3억7000만원으로 추산되는 반면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 시장은 726억원 규모에 그쳤다.


또한 반의사불벌죄 특례, 공소제기 불가 특례 등 의료사고 형사 특례도 법제화를 추진 중인데, 환자단체 등과 의견 차이가 큰 특례 범위나 적용방식 등은 협의·조정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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