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배당에 주가상승 기대까지…"주주환원도 美가 낫다" 투자 몰려

■개미들 '美 배당 ETF' 1조 샀다
10년간 배당 이력 추적해 안정성 강화
美는 방산·바이오·식품도 고배당株지만
한국은 금융지주·은행 금융권만 고배당
밸류업 참여 속도 지지부진에 美로 눈길
배당지급일 다변화로 선택권 확대
운용사는 투자자 잡기 경쟁 격화


배당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한국이 아닌 미국 투자 상장지수펀드(ETF)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은 그만큼 미국의 주주 환원이 더 믿을 만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는 ‘슈드’라고 불리는 미국의 대표적인 배당 ETF인 ‘SCHD ETF(Schwab US Dividend Equity ETF)’의 한국판이다. ‘슈드’와 마찬가지로 다우존스미국배당100지수를 추종하는데 이 지수는 배당을 10년간 지속한 미국 상장사 중 잉여 현금 흐름,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수익률 등의 지표를 토대로 상위 100개 종목을 선별해 투자한다. ‘ACE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경우 매달 평균 0.49%의 배당금을 지급해 최근 1년간 3.82%의 배당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줬다.


아울러 금융·증권 등의 업종만 고배당주로 묶이는 한국과 달리 방산·바이오·식품 등 다양한 업종으로 분산투자가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담당은 “미국은 자본시장의 역사가 길고 그만큼 배당주 투자가 활성화돼 있으며 다양한 업종으로 분산투자가 가능하다”며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방법론은 10년 이상의 배당 이력을 가진 기업에만 투자해 유럽 재정 위기, 미중 무역 분쟁, 코로나19 등의 악재에도 흔들림 없는 성과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미국 배당주는 안정적인 배당을 줄 뿐 아니라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점도 국내 배당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인이다. 실제 미국배당다우존스 ETF가 가장 많은 비중으로 편입하고 있는 방산 업체 록히드마틴의 주가는 10년 전보다 4배 가까이 오른 상태다. 안정적인 배당에 더해 장기 투자할 경우 꾸준히 우상향하는 미국 주식시장의 특성상 자본 차익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증시뿐 아니라 고배당주는 올해 밸류업 기대감에 주가가 이례적으로 오르기는 했지만 지금까지는 일정 범위에 주가가 갇힌 박스권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점도 배당 투자자들의 시선을 미국으로 돌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상장사 2500여 개 중 지금까지 밸류업 계획(예고 공시 포함)을 낸 기업은 17개 사에 불과하다. 정부는 9월까지 밸류업 지수를 만든 뒤 연말까지 ETF를 출시한다는 계획이지만 지수 발표까지 한 달 남짓의 기간만 남은 상황인데도 상장사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이다.


미국 배당 ETF의 열풍이 지속되자 국내 자산운용사들 사이의 경쟁도 격화되는 양상이다. 처음으로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를 2021년에 출시한 곳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다. 이후 신한·미래에셋이 유사한 상품을 내놓았고 삼성자산운용은 이달 13일 신상품을 출시했다.


운용사들은 특히 배당금 지급일을 다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매달 말을 기준으로 월배당금이 지급됐는데 삼성자산운용은 매달 15일을 지급일로 정했다. 통상적으로 매달 마지막 영업일을 기준일로 하는 다른 배당형 ETF와 같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2주마다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아울러 한국투자신탁운용도 ‘ACE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배당 기준일을 기존 월말에서 매달 15일로 변경했다. 배당 기준일은 9월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김 담당은 “국내 월배당 ETF 77개 중 69개가 매달 마지막 영업일을 기준으로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어 배당일이 다소 쏠려 있는 상황이라 배당 기준일을 바꿔 선택권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