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과학기술 학술지인 네이처가 22일 한국 특집호에서 “한국이 과학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성과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과학기술 연구의 가성비(bang for buck)가 낮은 나라”라고 진단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에서 한국은 5.2%(2022년 기준)로 이스라엘(5.6%)에 이어 세계 2위였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해 자연과학·의학 분야 145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의 연구 성과에서 세계 8위에 그쳤다.
네이처는 한국의 연구 성과 부진 요인으로 다양성·개방적 문화 부족, 정부의 규제, 학계와 산업계 간 선순환 고리 약화, 예산 투입의 연속성 부족 등을 꼽았다. 우리 R&D 생태계가 적극적 투자에도 성과가 부족한 ‘코리아 R&D 패러독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과 궤를 같이한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원에서 여전히 단기 성과에 집착해 ‘논문을 위한 논문’ ‘특허를 위한 특허’를 내놓는 경향이 있다. 기업과 출연연 등에서 인건비를 벌충하기 위해 연구 과제 수주에 열을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나눠먹기식 R&D 같은 과학기술 카르텔을 타파하겠다며 R&D 예산 대폭 삭감 카드를 꺼낸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야를 가리지 않은 일률적인 R&D 예산 삭감은 국가 R&D 생태계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결국 밀어붙이기식이 아니라 현장 연구자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창의·도전 정신을 북돋우면서도 R&D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시스템 혁신에 나서야 한다. 연구 분야와 과제별로 옥석을 가려 밀어줄 것은 확실히 밀어주고 성과가 부진한 연구에 대해서는 원인을 규명하고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과 출연연 등 연구 주체들에게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독창적인 연구 성과와 기술 개발이 산업화로 연결될 수 있다. 단기 성과 못지않게 ‘고위험 고수익’ 연구 풍토를 조성하는 것도 절실하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 같은 혁신이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을 꾀하려면 국가 R&D 시스템의 대혁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