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째 주차해 놓고 연락도 안 돼"…'알박기' 얌체 캠핑족에 '특단 대책' 나온다

사진 제공 = 강릉시

코로나 팬데믹 시기 국내에서 비대면이 강제되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캠핑은 주요 국내 여행 문화로 자리잡았다. 엔데믹 이후에도 캠핑의 열기는 꾸준이 이어지면서 현재 국내 캠핑족 규모는60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캠핑족 사이에서 장비를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에 캠핑카가 꾸준한 인기를 얻는 가운데 전국 무료 공영주차장과 피서 명소, 유원지가 얌체 차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지난달 정부가 무료 공영주차장에 한 달 이상 장기 방치된 차량을 견인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주차장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러한 얌체 차박족에 대한 본격 단속에 나섰다.


최근 강원 양양군 남애3리 해수욕장에는 캐러밴과 캠핑카 주정차 및 취사 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마을 주민들은 수년째 캐러밴과 캠핑카 주차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는 것을 더는 참을 수 없어 행동에 나섰다.


인근 양양 물치해수욕장, 강릉 경포해수욕장, 평창 대관령 등 동해안 피서 명소들도 여름철마다 캐러밴과 캠핑카들에 점령당했다.


경기 의왕시 부곡체육공원 주차장도 수년 전부터 캠핑용 트레일러들의 주차 문제로 많은 민원이 제기됐다.


캠핑용 트레일러는 일반 차량에 비해 규모가 커서 아파트 주차장 이용이 어렵지만, 부곡체육공원 주차장은 공간이 넓은 데다 무료로 운영돼 캠핑용 트레일러들이 곳곳에 자리 잡았다. 이에 의왕시는 부곡체육공원 주차장을 유료로 운영하기로 하고 최근 차단기를 설치했다.


부산에서는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무료 운영 주차장을 캠핑카와 트레일러 등 10여대가 장기간 점령하면서 시민들 공간을 빼앗고 있다. 부산지역 낙동강 생태공원 일대 무료 주차장도 장기간 방치된 차량으로 주민 불편이 커졌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화명생태공원 15대, 삼락생태공원 9대, 대저생태공원 1대 등 차량 25대가 3개월 이상 주차돼 방치된 상태다. 집계 수치에 잡히지 않는 3개월 이내 장기 주차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한다.


김해공항과 인접한 낙동강 생태공원 주차장에도 장기 방치 차량 문제가 심각하다. 일부 얌체 운전자들은 폐차 직전 차량을 알박기 주차하면서 낙동강 관리본부가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여름 집중호우 우려로 공원이 물에 잠기기 전에 차량을 내보내려 해도 장기 방치 차량은 소유주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실상에 지자체들은 캠핑카·카라반 주·정차에 대한 조례안을 마련하는 등 단속에 칼을 빼들었다.


충북 청주시는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무료 공영주차장에 알박기 주차를 하는 캠핑카 등의 차주에게 주차요금을 부과한다.


경기 가평군은 무료로 운영하던 경춘선 가평역 뒤 공영주차장 54면을 지난달 유료로 전환했다. 이 주차장은 자라섬 등 관광·유원지와 가깝지만, 캠핑카 등이 장기·고정 주차하면서 제 기능을 상실한 데다 민원까지 속출하자 이 같이 결정했다.


의정부시는 지난해 3월부터 시내 공영주차장 2곳 42면을 아예 캠핑카 전용 주차장으로 운영 중이다. 무료 공영주차장 등에 장기 주차하는 캠핑카가 늘어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잇따르자 캠핑카 전용 주차장으로 변경하고, 주차료를 일반 주차장의 1.5배 수준으로 부과키로 했다.


충남 천안시도 주차장법 개정에 따라 공영주차장 내 장기방치·주차 차량에 대한 단속을 본격적으로 한다. 시는 주차장법 개정안 시행 이후 천안도시공사와 협업해 무료 공영주차장 44곳에 법 개정에 따른 단속 안내 현수막을 게시했다.


대구시도 최근 구·군과 합동으로 노상 주차장 장기 주차 캠핑카와 카라반 실태 점검을 해 80건에 대해 안내문 부착 등 계도 조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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