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조정할 때 왔다" 피벗 공식화한 파월

■ 연준 주요 인사들 '9월 인하' 힘 실어
"美 기준금리, 적정수준보다 높아"
인하시점 실기땐 고용악화 우려
'점진적' 표현 빠져 빅컷 가능성 열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2024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 현장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2024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미팅)에서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핵심 관계자들이 9월 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베이비컷(0.25%포인트 금리 인하)일지,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일지에 모아진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파이터보다 침체를 막는 위험 관리자 역할에 방점을 찍으면서 연준 인사들 사이에는 연착륙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23일(현지 시간) 잭슨홀미팅에 참석한 파월 의장은 “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인하라는) 진행 방향은 명확하며, 금리 인하의 시기와 속도는 앞으로 나오는 지표와 전망, 리스크의 균형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당시 9월 인하 검토를 공식화한데서 한 발 더 나간 표현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리 인하에 대한 파월 의장의 가장 강력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지난 12개월 간 상승률이 2.5%를 기록했으며 올 초 주춤한 이후 다시 2% 목표를 향한 진전이 재개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이제 우리의 목표에 훨씬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고용에 대해서는 “우리는 노동시장 여건이 추가로 완화하는 것을 추구하거나 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연준이 앞으로 인플레이션보다 고용 시장을 관리하며 침체를 막는 역할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빅컷(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날 연설에서 ‘점진적(gradual)’이란 단어가 빠지면서다. 이는 메리 데일리를 비롯한 연은 총재들이 연준의 금리 인하 전략으로 사실상 0.25%의 소폭의 인하를 의미한다. 르네상스 매크로의 닐 두타는 “어제 외부 발언을 한 연준 관계자와 달리 파월은 정책 완화 과정에서 빅컷에 대한 선택권을 없애지 않았다”고 짚었다.


파월 의장 외에도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 총재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있었던 논의가 의미하는 바는 9월 회의에서 인하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연준의 정책 완화 작업은 질서 정연하고 인하에 앞서 충분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연은 총재 역시 “인플레이션을 계속 낮추는 동안 노동시장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정책 완화를 시작하는 게 곧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잭슨홀에서 미국의 금리 인하 신호가 나오면서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릴 여지가 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잭슨홀미팅을 꼽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통화정책은 미국과 방향성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의 금리 조정 폭과 횟수는 미국보다는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5.25~5.5%인 반면 한국은 3.5%인 만큼 상대적으로 여력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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