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매트 사용 안전했나…"잡고 있는 사람 없었다" [부천 호텔 화재 참사]

에어매트 뛰어내린 2명 심정지 후 끝내 숨져
너무 빨리·너무 높이 뛰었다…호텔 높이 30m
소방 인력 부족 문제도…"아무도 못 잡았다"

23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부천시의 한 호텔 일대의 전경.연합뉴스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불이나 사망자 7명을 포함해 총 19명(중상 3명·경상 9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에어매트(공기안전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숨진 사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장 영상을 분석한 결과 안전한 에어매트 사용을 위한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연달아 뛰어내리며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30m 높이 호텔인데…소방장비상 에어매트 규격은 ‘16m 이하’



소방장비 기본규격 (Korean Fire Equipment Standards) 갈무리

화재가 발생한 호텔의 높이는 건축물 대장 상 29.4m다. 소방 당국 역시 1층 층고가 다소 높은 만큼 약 30m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게재된 ‘소방장비 기본규격’에 따르면 공기안전매트는 ‘16미터 이하의 높이에서 요구조자의 구조활동을 위하여’ 사용된다. 해당 조건의 약 2배 가량 높은 건물의 상층부에서 뛰어내린 만큼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박청웅 전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역시 “8층 높이에서 에어매트를 이용해 하강하는 건 맞지 않다”면서 “소방당국도 당시 3~6층 높이 투숙객에 뛰어내리도록 설치해놓은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8층 투숙객에게는 '뛰어내리면 안 된다'는 현장 스피커 안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3~4초 간격 두고 추락…낙하 간격 턱없이 짧아



한국소방공사 사이트 갈무리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에어매트 규격. 쿠팡 갈무리

낙하 간격에 대한 문제도 지적된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에어매트 규격을 살펴보면 KFI 검정 대상이 아닌 고층용 제품의 경우 대피 시 이용 간격이 천차만별이다. 다만 대부분 7~10층 사이 건물에서는 최소한 8초에서 25초 가량의 낙하 간격을 둬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하지만 사고 현장 영상을 보면 2명의 사망자는 2~3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 낙하했다. 에어매트가 충격에서 회복돼 본래의 형체·위치로 돌아가기도 전에 연달아 뛰어내리며 사고 위험이 높아진 것이다.


사고 영상을 보면 먼저 떨어진 여성이 에어매트의 가운데가 아니라 한 변의 가장자리 쪽으로 떨어졌고, 그 순간 반동에 의해 에어매트가 뒤집힌다. 이후 여성을 구조하기도 전에 남성이 곧바로 뛰어내리는 바람에 해당 남성은 맨바닥으로 떨어졌다.


인력 부족 문제도…에어매트 잡아주는 사람 현장에 없었다



23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소방관계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출동 인력 부족으로 인해 미처 에어매트를 잡고 있던 소방대원이 없었던 점도 지적된다. 소방 당국은 23일 현장 브리핑에서 취재진이 “에어매트를 잡고 있지 않았느냐”고 묻자 “당시 인원이 부족해 잡고 있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공기안전매트 기본규격’에는 ‘최소 사용인원수(이동식 공기안전매트의 손잡이를 잡아주는 구조자 등)’가 매트에 반드시 표시되어 있어야 한다고 써있다. 해당 규정 역시 급박한 현장에서 미처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사고 영상을 보면 에어매트가 가장자리로 떨어진 첫 번째 대피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곧바로 뒤집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이를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대원들의 과실이라 보기는 어렵다. 화재 사망 원인 1위는 유독가스 흡입 등 질식사이며, 실제로 이번 사고에서도 에어매트 추락보다 질식사로 인한 사망자 수가 더 많았다. 급격히 연기가 확산되던 당시 건물 내부 투숙자 수색과 연기 차단 등이 시급했던 탓에 창문 쪽에 있던 대피자들 쪽에 충분한 인력을 배치할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이 일고 있다.


에어매트, 변수 많아 규정도 모호…"안전 교육·훈련 필수"



22일 오후 경기 부천 모 호텔에서 불이 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연합뉴스

박 전 교수는 에어매트 사용 교육이 평소에 제대로 이뤄졌다면 안타까운 사망을 막았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 전 교수는 “관련 교육을 받았더라면 뛰어내리지 않고 창문을 열고 외부에 구조 요청을 했을 것”이라면서 "완강기 사용이 어렵더라도 고가 사다리차를 이용하거나, 소방관들이 상층으로 진입하고 로프를 이용하는 구조 방법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어매트는 사람 몸무게에 따라 하중도 달라지고 안착 자세마다 생존 여부가 갈리는 등 상황에 따라 (안전성이) 달라져서 법적으로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소방 당국 측은 "에어 매트 설치 과정에서 오류는 없었다"면서도 “다만 설치 장소가 다소 경사진 곳이고 창문이 작았던 탓에 떨어지는 과정에서 가장자리로 떨어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미처 계산되지 못한 변수가 있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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