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개 초광역권으로…지방거점 개조 필요”

오세훈·박형준 시장 한국정치학회 특별대담
吳 “수도권·영남·호남·충청권으로
외교·안보만 넘기고 나머지 이양
국세 지방에 넘겨 세출 분권해야”
朴 “성장 잠재력 약화·저출생 등
위기돌파 위해 ‘공진국가’ 전환을”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박형준(오른쪽) 부산시장, 조화순 한국정치학회장이 23일 부산 동서대에서 열린 한국정치학회 학술회의 특별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시

“한국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대거 지방에 이양해 각 도시가 발전 전략을 마음껏 구사하도록 해야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23일 부산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한국정치학회 학술회의 특별 대담회에서 각자가 구상하고 있는 대한민국 발전 전략을 공개했다. 여권의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두 시장이 한자리에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을 넘는 국가 전략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미래 지도자의 길’을 주제로 한 이번 대담에서 오 시장은 전국 4대 강소국 재편론을 폈다. 전국을 4개 초광역권으로 재편하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대거 이양해 한국 사회를 퀀텀 점프시켜야 한다는 이른바 지방 거점 대한민국 개조론이다. 그는 “수도권·영남권·호남권·충청권 4개 강소국을 조성하자”며 “이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 10만 달러 시대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 국내총생산(GDP)은 영국이나 프랑스보다도 높다”며 “각 주가 재량껏 전략을 펼 때 강국을 제치고 경제적으로 훨씬 더 부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4개 초광역 지방 거점을 만들고 지역 발전 전략을 도시가 재량껏 구사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극단적으로 중앙정부는 외교·안보만 하고 나머지 권한은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면서 “기획재정부 공무원의 4분의 3은 내려보낸다는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를 뛰어넘는 포괄적인 행정 권한의 이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재부 마음에 들지 않는 정책은 펼 수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국세를 지방으로 이양하고 세출 분권을 강화해 지방이 특화된 전략을 세울 수 있게 하면 4개의 싱가포르, 4개의 강소국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대한민국의 국가 경영 패러다임을 발전 국가에서 공진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시장이 제시한 공진 국가는 ‘함께 살고 함께 나아간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는 “과거 수도권 집중은 선택과 집중의 경제 효과를 가졌었지만 이제 산업 경쟁력과 생산성을 악화시키는 외부 효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부산이 직할시에서 광역시로 성장 억제 정책으로 묶였지만 기업과 자본, 인재가 서울로 몰리는 수도권 일극주의는 더욱 심화했다”며 “이 때문에 ‘인 서울’이라는 말이 생겼고 청소년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고 졸업하면서 지방은 청년 유출을 겪고 있다”고 했다.


박 시장은 “공진 국가로 전환을 가능케 하는 것은 정치”라며 “성장 잠재력 약화, 저출산, 격차 등 대한민국의 3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미래 지도자에게 수평적 협업의 혁신과 공감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대담회를 끝낸 두 시장은 부산시청에서 ‘서울·부산시 우호 교류 강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관광 교류 확대와 워케이션 활성화,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오 시장은 협약식 이후 부산시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특강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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