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실수요자가 단기간 급등한 금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요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하반기 들어 고정형(5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많게는 7차례 올리며 한 달새 체감 금리가 3%대 초반에서 4%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주담대 상단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6%를 넘기기도 한 상황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6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최고 0.4%포인트 인상한다. 지난달 12일과 24일, 이달 2·12·20일에 이어 하반기 들어서만 6번째 인상이다.
다른 은행도 줄줄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7월 이후 신한은행은 7번 주담대 금리를 올렸고 국민은행은 5회,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2회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가산금리 인상 폭은 은행별로 0.5%포인트에서 1.13%포인트에 이른다. 이들은 주담대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인상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부동산 실수요자가 고스란히 높은 이자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23일 기준으로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주기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65~6.05%다. 본격적인 은행권 금리인상이 시작된 6월 28일 2.94~5.76%와 비교해 하단 금리가 0.7%포인트 이상 올랐다. 조달금리인 은행채(AAA) 5년물 금리가 이 기간 3.451%에서 3.230%로 0.219%포인트 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하단 기준 1%포인트 가까이 되는 수준의 예대마진을 은행이 벌어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실수요자의 불만은 폭발하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주담대를 알아보고 있다는 한 30대 고객은 “한달 새 금리가 너무 뛰면서 월매달 지급해야 하는 예상 이자가 50만 원가량 늘어났다”며 “정부가 대출 관리를 한다며 왜 은행 좋은 일만 계속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담대 금리 인상을 통한 가계대출 조절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1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9조 9178억 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약 보름 만에 4조 1795억 원 급증했다. 9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휴가철 대출 자금까지 겹치면서 이달 가계대출 증가 폭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워낙 커서 단순히 금리를 인상하는 것만으로 대출 수요를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에 따르면 올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80% 상승하며 올해 1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부동산 거래량이 많아지면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물량 역시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