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국고 지원액을 전액 삭감하면서 내년 지역화폐 존립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국회 예산 심의단계에서 일부 예산이 복원될 가능성이 있지만, 여야 간 힘겨루기 속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 이런 가운데 당정이 지역화폐와 비슷하면서도 경쟁 구조인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늘이기로 해 주목된다.
25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대전 중구는 지난 9일 전문가와 지역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구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추진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제선 중구청장은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검토해 중구형 지역화폐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전 중구의회는 지난달 지역화폐 발행 및 운영과 관련한 조례를 수정 가결했다.
이에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논평을 통해 “지역화폐의 경제적 손실과 부작용은 이미 증명됐다”며 “(중구는) 지역화폐 폐지 기조에 반해 다시 부활시키는 것이 타당한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 출신인 이장우 대전시장도 지역화폐 운영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중구의 지역화폐 도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와 타 자치구가 지역화폐를 축소·폐지하는 반면, 중구가 유일하게 지역화폐 신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2022년 하반기 환급혜택(캐시백)을 기존 10%에서 5%로 낮춘 데 이어 지난해에는 3%로 대폭 축소했다. 충전 한도 역시 매월 5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줄였다. 지역화폐에 들어가는 재원을 소상공인·일자리 창출 등에 직접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중구의 지역화폐도 예산 확보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남도는 지난해부터 자체 지역화폐인 ‘경남사랑상품권’을 없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광역단체와 기초단체의 지역화폐 국비 지원이 중복이라고 여기고 광역단체 지역화폐에 대한 국비를 전액 삭감하면서다. 도는 지난해부터 경남사랑상품권을 폐지한 대신 시군에서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에 국·도비를 지원 중이다.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가 중복해 발행하는 지역은 의외로 많다. 서울은 서울시가 ‘서울사랑상품권’을 모바일(서울페이+)로 발행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 25개 자치구가 각각 상품권을 발행하되 결제앱은 서울페이+ 등을 이용하고 있다. 반면 부산은 부산시가 ‘동백전’을 발행하고 있는 가운데 동구(e바구페이)와 남구(오륙도페이)가 각각 다른 카드형 페이를 발행하고 있다. 나머지 14개 지자체는 미발행으로 균형이 맞지 않다. 인천도 인천시가 발행하고 있지만 10개 지자체가 제각각이다. 카드가 다 다르며 발행하지 않는 곳도 혼재돼 있다.
강원도는 경남과 비슷한 이유로 지난해 48억 원에서 올해 12억 4000만 원을 줄여 편성했다. 하지만 도가 발생하는 상품권과 별개로 17개 시·도가 각각 자체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지만, 양양군 1곳만 지역화폐가 없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지역화폐 부정 사용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수원, 용인, 화성 등 경기도 내 31개 시군은 이달 초부터 합동단속을 벌이고 있다. 지자체들이 이번 단속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이른바 ‘순금깡’이다. 순금깡은 지역화폐를 구입 할 때 적용되는 5~7%의 할인율을 활용해 금 제품을 산 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수법이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울산시는 아예 할인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울산시는 9월 1일부터 할인방식을 선할인에서 캐시백으로 변경한다. 할인 최대한도인 월 20만 원 충전 시 연결계좌에서 7% 할인된 18만 6000원만 결제되던 것이 변경 후에는 월 최대 20만 원까지 사용금액의 7%인 1만 4000원을 포인트로 돌려받게 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
온누리상품권과 차별화도 지역사랑상품권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상점가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사용처가 전국 전통시장과 상점가, 골목형 상점가, 상권활성화구역 및 자율상권구역의 가맹점이다. 반면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내에서만 통용된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내년도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5조 5000억 원 규모로 늘리고 사용처도 확대하기로 하면서 예산안 분배에 있어 지역사랑상품권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