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주담대 증가세…DSR·LTV 제한 '초강력 규제' 검토

■이복현 "시장개입 필요성 강하게 느껴"
5대 은행 주담대 이달에도 6.1조↑
집값 상승세에 가계빚 역대 최대
전세대출 등 DSR 적용범위 확대
LTV 50% 이하로 더 낮출 수도
주담대 거치기간 폐지 등도 거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이 아닌 대출 총량 규제 쪽으로 가계부채 관리 전략을 짜고 있다. 금융권의 주담대 대출 비중 관리, 갭 투자용 대출 심사 강화를 비롯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강화 등 모든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세에 따른 가계대출 급증세가 현재 상황으로는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22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559조 7501억 원보다 6조 1456억 원 증가했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월별 기준 사상 최고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거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28% 오르면서 22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도 매물 부족에 따른 영향으로 66주 연속 올랐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주 0.19%에서 이번 주 0.20%로 상승 폭도 확대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매가 늘면서 전국에서 매매된 아파트 중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계부채 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 특히 수도권 인근의 부동산 구입 목적 자금으로 흘러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최근 1~2개월 사이의 증가세는 내부 관리 목표 범위 상단을 넘어선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에 따른 주담대 폭증 여파로 가계부채(가계 신용)와 나랏빚(국가채무)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국가채무(지방정부 채무 제외)와 가계 빚(가계 신용)은 총 3042조 원을 기록하면서 처음 3000조 원을 돌파했다. 전 분기 대비 44조 원 증가한 것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했던 2021년 3분기(63조 원) 이후 2년 3분기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특히 가계 신용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올 2분기 가계 신용은 1896조 2000억 원으로 2분기에만 13조 8000억 원 급증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담대만 16조 원 급증했다.


기준 금리 인하 시점 역시 부동산 시장 상황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칫 금리 인하에 나섰다가 주담대 수요가 몰려 집값을 더 밀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22일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40회 넘게 ‘부동산’을 언급하며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부동산 리스크를 꼬집었다.


금융 당국은 우선 9월부터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 이후 추이에 따라 가계부채 조절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만약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면 전방위적 규제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우선 DSR 적용 범위를 전세자금대출 등으로 확대하고 현재 40%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는 DSR 한도 자체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35%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갭 투자에 활용되는 전세대출을 조이기 위해 현재 최대 100%에 달하는 전세자금대출 보증 비율을 낮추고 주담대 거치 기간을 없애는 방안도 이 중 하나다.


최후에는 LTV 비율을 낮추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LTV가 50%에서 30%로 낮아질 경우 10억 원의 아파트를 구매할 때 빌릴 수 있는 돈은 최대 5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줄어든다.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수단 중 하나로 꼽히는 대출 총량 규제도 거론된다. 이 원장은 “최근 한두 달 사이의 증가세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서 추가적인 시장 개입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에 적절한 수준의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DSR 규제 하나만으로는 될 수 없고 9월 이후에도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기 위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투기 목적이 아닌 실수요자를 외면한 일방적인 조처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까지 발표된 2단계 스트레스 DSR에는 무주택자·1주택자를 위한 별도의 예외 조항은 없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부동산 수요 억제책으로 가장 효과적인 게 대출 규제 정책이다”면서도 “무주택자나 갈아타기 수요가 있는 1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다소 완화해서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실수요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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