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 3대 공조 업체와 합작법인을 세운 데 이어 LG전자(066570) 출신 임원을 영입하며 인재 확보에도 나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생활가전사업부 내 에어솔루션 비즈니스팀 조직장으로 최항석 상무를 선임했다. 최 상무는 LG전자에서 지난해 퇴임하기 전까지 30년 가까이 HVAC 사업과 관련한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LG전자에서는 에어솔루션 사업과 관련한 글로벌 영업, 마케팅 사업 개발 총책임자를 거쳐 유럽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총괄한 이력을 지녔다.
삼성전자는 5월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 ‘삼성 레녹스 HVAC 노스 아메리카’를 설립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며 북미 시장 공략에 신호탄을 쐈다. 레녹스는 직영점과 협력 건설사를 통한 유통망을 갖춘 북미 HVAC 시장 3위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유통망에 레녹스의 유통망을 더해 판매 경로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합작법인 출범 시기에 맞춰 조직 세팅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HVAC 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HVAC 사업 내에서도 데이터센터 냉각 시설로 활용되는 칠러에 집중하고 있다. 칠러는 냉매로 물을 냉각시켜 차가운 바람을 만들고 대형 건물 등에 냉방을 공급하는 설비로, 최근 3년 내 해외 매출이 2배 이상 늘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빅테크 데이터센터에 칠러를 공급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이러한 기회를 업고 2027년까지 칠러 사업을 연 매출 1조 원이 넘는 ‘유니콘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전자 기업들이 HVAC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앞으로의 성장성을 주목해서다. 유럽과 미국이 탈(脫)탄소·친환경 규제를 빠르게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중동 전쟁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도 올라가고 있다. 냉난방 에너지를 절감하는 히트펌프 등의 HVAC 신기술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팽창으로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열을 효율적으로 식힐 수 있는 액침 냉각 기술 개발 등의 필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BIS월드에 따르면 글로벌 HVAC 시장 규모는 올해 584억 달러에서 2028년 610억 달러(약 82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산업은 현재 일본 다이킨공업과 중국 그리가 주도하고 있고 캐리어와 파나소닉·삼성전자·LG전자 등이 추격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30년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의 공조 시장 비중이 40%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이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큰 폭의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며 “향후 5년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HVAC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30%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